(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국내 4위 택배업체 로젠택배 본입찰이 연기됐다.

유력 후보였던 신세계도 막판 발을 빼면서 매각 작업이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매각주관사 씨티글로벌증권마켓은 지난주 진행할 예정이던 본입찰 일정을 잠정 연기했다.

인수 후보자들이 가상데이터룸(VDR) 실사까지 마무리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협상이 활발하게 진행될 수 없다는 판단하에 미루기로 했다.

향후 본입찰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빨라도 5월 이후나 구체적인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말 홍콩계 사모펀드인 베어링프리이빗에쿼티(PEA)가 보유한 로젠택배 지분 100% 매각을 본격 개시하고 6개월이 다 되도록 딜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특히 유력 후보였던 신세계가 최근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더욱 힘이 빠졌다.

신세계는 당초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씨티증권이 전략적투자자(SI)들과 개별접촉을 통해 추가 인수 후보자를 찾는 과정에서 뒤늦게 관심을 보였다.

신세계는 온라인쇼핑 확대로 배송 역량을 한층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하에 온라인 유통사업을 담당하는 SSG닷컴(쓱닷컴)을 주체로 내세워 로젠택배 인수를 검토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쓱배송과 새벽배송 등 온라인 주문이 폭증하면서 로젠택배 몸값은 더욱 치솟는 듯했다.

하지만 실사 이후 로젠택배 사업구조와 높은 인수가 등이 매력도를 떨어뜨렸고, 최근 인수 추진을 중단했다.

신세계는 약 3천억원을 적정선으로 잡았지만, 매각자 측은 로젠택배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에 동종업 평균 멀티플 10배를 적용한 4천억원 이상을 희망하고 있다.

로젠택배는 국내 택배업계 4위지만 점유율은 7~8% 수준에 불과하다.

로젠택배의 독특한 사업구조도 시너지를 떨어뜨린다는 분석이다.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B2C) 형태인 주요 택배회사들과 달리 소비자 간 거래(C2C) 중심의 다단계 사업구조로, 인수 후 사업구조 변경과 설비 구축 등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불가피하다.

신세계 참여로 활기를 띄던 딜 분위기가 가라앉으면서 기존 예비입찰에 참여했던 인수 후보자들의 의지도 한풀 꺾였다.

앞서 예비입찰에는 JC파트너스, 위메프, 키스톤PE, 웰투시인베스트먼트 등 4~5곳이 참여했다.

이들 역시 인수 적정성을 두고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베어링PEA는 2013년 미래에셋PE부터 로젠택배를 1천500억원에 인수했다.

2016년 매각을 추진했을 당시 CVC캐피탈파트너스에 3천억원에 넘기기로 하고 주식매매계약(SPA)까지 체결했으나 최종 무산된 바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딜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기 어려운 데다, 원매자들이 실사 이후 가격 적정성에 의문을 표시하면서 숨 고르기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또 다른 SI가 추가로 등장하지 않는다면 딜이 또다시 최종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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