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미국 항공사들이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미래에 예상되는 마일리지까지 매각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은 신용카드 파트너사인 JP모건체이스와 당초 일정보다 일찍 마일리지를 판매하는 대신 평소보다 더 낮은 가격에 파는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델타항공도 아메리칸익스프레스(아멕스)와 같은 방안을 논의 중이다.

신문은 "이 거래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으나 항공사들이 코로나19 사태로 얼마나 절박해졌는지 보여준다"며 "항공사들은 수십억달러의 급전을 확보하기 위해 상당한 자산을 담보로 잡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불충분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항공사들은 통상 고정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판매촉진 프로그램으로 마일리지 서비스를 운영한다. 이때 일정 마일리지를 카드사에 일상적으로 판매하고 카드사는 자사의 카드를 쓰면 고객에게 마일리지를 더 주는 식으로 사업을 한다.

이번 거래가 평소와 다른 점은 카드사들이 앞으로 매입할 예정이었던 마일리지를 할인된 가격으로 한꺼번에 산다는 점이다. 카드사들 입장에서도 항공사들이 유동성을 확보해야 자신들의 파트너십도 보호되고 소비자들도 마일리지를 쌓기 위한 연간 소비액을 유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항공사 입장에선 장래 수익을 갉아먹고 파트너 은행에 협상 주도권을 내준다는 점에서 속은 쓰리지만 급전이 필요하니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투자은행 스티펠의 조셉 데나르디 항공 부문 연구원은 이달 초 보고서에서 "항공사들이 마일리지 사전판매를 진지하게 고려하기 시작한다면 사태가 정말 심각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데나르디의 분석에 따르면 델타는 지난해에만 아멕스로부터 마일리지 판매로 40억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 JP모건 또한 작년 마일리지 매입 비용으로 유나이티드항공에 약 32~34억달러를 지불했다.

미국 항공사들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01년 9·11 테러 사태 당시에도 마일리지 사전판매에 나선 바 있다.

미국 의회는 지난달 2조달러 규모의 부양책을 통과시키면서 미국 항공업계에 최대 50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미국 항공사들은 구제금융 대가로 지분을 미국 재무부에 넘겨야 할 가능성이 커 가능한 한 다른 대안을 찾으려는 상황이다.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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