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이커머스 대표 주자 쿠팡이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매출 7조원을 돌파하는 등 이커머스 기업들의 폭풍 성장세가 가파르다.

소비자 편익을 중시하고, IT(정보통신) 기술을 접목한 서비스에 초점을 맞춘 전략을 통해 성장 속도를 더욱 높이면서 유통시장의 판을 흔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만성적인 적자 구조는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기존 유통 공룡들마저 온라인 경쟁력을 확대하는 상황이어서 치킨게임 식의 출혈경쟁만 더욱 심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14일 이커머스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해 7조1천530억원의 매출을 거두면서 이커머스 기업 역대 최대 기록을 달성했다.

1년전과 비교한 매출 증가율은 무려 64.2%에 달했다. 3년 전 2조6천846억원의 매출과 비교하면 3배나 외형을 키운 것이다.

쿠팡이 작년에 달성한 매출은 국내 IT 공룡인 네이버(6조5천934억원)를 앞선다.

하지만 적자 구조는 탈피하지 못했다.

쿠팡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7천205억원으로 전년보다 4천75억원(36.8%) 줄었지만, 여전히 부담스러운 규모다.

당일·새벽배송 서비스를 통해 성장 속도는 가팔랐지만 물류 인프라 투자를 늘리면서 수익이 악화하는 상황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쿠팡은 전국에 축구장 193개 넓이의 물류 인프라를 구축했고, 내년 완공 예정인 최첨단 대구 메가 물류센터를 건립하는데 총 3천200억원을 투입한다.

개발자와 배송·물류 인력 등 약 3만 명을 지난해 직·간접 고용하면서 인건비로 지출한 자금만 1조4000억원에 이른다. 최근 5년간 누적 인건비 지출 금액은 4조680억원에 달한다.

온라인 배송 출혈 결정으로 마케팅 비용도 증가해 쿠팡이 작년 한 해 지출한 광고비는 2천933억원으로 전년대비 2배 가까이 늘었다.

적자를 감수하며 외형을 키우는 것은 다른 이커머스도 비슷한 추세다.

물류 인프라 확보, 배송 경쟁 과열로 인한 부담으로 풀이된다.

위메프는 지난해 연간 거래액이 약 6조4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18.5% 늘었고, 매출은 4천653억원으로 8.4% 증가했지만, 영업손실은 757억원으로 전년보다 적자가 두 배 가까이 커졌다.

새벽 배송을 가장 먼저 시작한 마켓컬리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173% 증가한 4천289억원에 달했지만 97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1년 전보다 적자 폭이 3배가 커졌다.

신규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마케팅 비용을 쏟아붓고 물류 역량 확보를 위해 투자를 확대하면서 손실도 늘어났다.

티몬은 아직 실적 발표 전이지만 2018년 수준인 1천억원 안팎의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이들 업체는 시장 우위를 점하기 위해 손해를 보면서까지 거래액을 키워왔다. 규모의 경제를 이루면 수익은 저절로 따라온다는 계산에서다.

하지만 출혈경쟁이 장기화하면서 투자금이 바닥나기 시작했고, 추가 수혈을 받지 못하면 공멸할 위기에 처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부터 롯데·신세계 등 유통 대기업들도 너도나도 온라인 시장 강화에 나서면서 경쟁은 더욱 격화하고 있고 일부 이커머스는 수익성 위주로 전략을 바꾸기도 했다.

시장은 쿠팡의 영업손실 증가세가 꺾였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적자를 감수하고 규모의 경제를 이뤄내는 미국 아마존식 전략이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한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최대 규모의 매출 달성과 함께 적자 폭도 줄임에 따라 앞으로도 기존 전략을 밀어붙여 시장 점유율을 더욱 끌어올리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이달 말 온라인 통합몰을 론칭하는 롯데 등 대기업들이 얼마나 쿠팡을 따라잡을 수 있느냐가 관건일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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