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지난해까지 공격적으로 IB투자를 늘려온 증권사들이 단기 자금 압박에 시달린 끝에 5월부터 한국은행 긴급 담보대출이라는 동아줄을 잡을 수 있게 된다.

다만, 증권사들의 지난달말 기준 'AA-' 회사채 보유분이 4조원 수준으로 집계되면서 이 자금이 증권사 유동성 가뭄을 얼마나 해소해 줄지가 관건이다.

17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4월 기업어음(CP), 단기사채,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를 모두 합친 월별 만기금액은 미래에셋대우가 8조5천500억원, 한국투자증권이 4조4천160억원, 신한금융투자는 2조원, NH투자증권 1조1천110억원으로 집계됐다. 메리츠증권은 2조3천500억원의 만기도래 금액이 4월에 예정됐다.

삼성증권은 3월에 주로 88일물, 153일물 등의 기업어음을 발행하면서 4월에는 만기 도래한 금액이 없다. 3월에 3조5천억원 규모의 만기가 있었다.

예탁결제원이 집계한 월별 만기금액은 1일물을 포함하고 있어 규모가 크게 잡힌다.

이중 익일물을 제외하고 실제 4월에 만기가 남은 금액은 미래에셋대우는 CP 2천억원, 전단채 2천600억원으로 총 4천600억원 규모다.

한국투자증권은 단기채 2천500억원이며, NH투자증권은 CP 700억원, 단기채 1천170억원, 메리츠증권은 500억원, 삼성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없다.

5월에도 만기가 돌아오는 CP와 단기사채 금액은 대형 증권사들은 각 3천억원~8천억원대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단기간에 돌아오는 채권 만기는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증권사들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었다.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각국 주가지수가 급락하면서 파생결합증권(ELS) 헤지 관련 포지션에서 마진콜(증거금 부족)이 발생한 데다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은 증권사들은 CP 등 단기채권 매도에 나섰다.

아울러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서 ABCP 차환까지 어려워져 증권사 유동성은 급격히 말랐다.

임희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한은 대출 현실화시 유동성 리스크 해소 및 단기자금시장 안정화가 상당 부분 진행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최근 유동화증권 차환 부담이 확대되고 있는데 올해 1분기 부동산 PF 관련 채무보증 익스포져는 15조9천억원으로 월별 만기는 4월에 5조2천억원, 5월에 5조5천억원, 6월에 3조5천억원 등으로 추산된다"고 짚었다.

이에 한국은행이 자금줄 역할에 나섰다. 한은은 전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오는 5월4일부터 은행, 증권사, 보험사를 대상으로 'AA-' 등급의 회사채를 담보로 10조원 한도의 대출을 해주기로 의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위축된 국내외 금융시장에서 증권사들이 돈 가뭄에 시달리면 자칫 위기의 도화선이 될 수 있어서다.

다만, 증권사의 경우 한은이 빌려줄 자금은 약 4조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개별기관별 한도는 자기자본의 25% 이내다.

대상은 한은이 증권을 매매하고 있는 기관이나 환매조건부채권(RP) 매매 대상기관, 국채전문딜러(PD), 한국증권금융까지 총 16곳으로 'AA-' 회사채 보유 규모가 4조원 정도로 추정됐다. 적격 회사채를 담보로 제공하면 언제든 한국은행으로부터 자금을 빌릴 수 있는 대기성 여신제도도 마련됐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 유동성이 다급해진 부분이 있어 한은이 대출에 나섬으로써 안심 시그널을 준 것"이라며 "ABCP도 예전에 3개월이면 정상금리로 차환이 무리 없이 됐던 것이 최근에는 시장 상황이 경색되면서 투자자들이 별로 없을 정도로 심상치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출이 증권사 유동성 경색 해소 또는 개선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이어졌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전체 크레딧시장에서 증권사들이 'AA-' 회사채를 상당수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며 "한은이 이번에 해주는 대출은 담보 대출이라 볼 수 있어 담보가 있는 증권사들은 유동성 개선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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