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코로나 19 확산 방지에 성공한 한국의 의료시스템이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정부가 건강보험재정에 기여하는 몫이 터무니없이 작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일선 의료진의 활약은 기적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최우석교수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데이터 기준으로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한국 정부의 기여도는 4.8% 수준이다. OECD 평균 6.6%에 비해 낮다. 미국은 14.3%, 독일은 9.5%, 영국은 7.5% 수준이다. 정부 기여도가 자린고비 수준일 정도로 낮다는 의미다.

PPP(구매력평가) 기준 1인당 의료비 지출(2018년 기준)도 한국은 3천192달러 수준이다. 미국은 1만586달러, 독일은 5천986달러, 영국은 4천70달러에 이르고 OECD 평균도 3천994달러 수준이다. 한국의 의료비가 상대적으로 작게 지출된다는 의미다. 한국 의료의 재화나 서비스 비용이 저렴하고 의료수가가 그만큼 낮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건강보험의 재정은 대부분 가입자와 기업이 기여한다. 의료서비스 보장률은 독일 84%, 영국이 79%, OECD 평균이 79%지만 한국은 59% 수준이다. 한국의 GDP 대비 가계의 경상 의료비 지출은 2017년 기준으로 5.6%에 이른다. OECD 3.3%보다 높고 스위스의 6.9%에 이어 세계 최고 수준이다. GDP대비 경상 의료비 지출은 한국이 8.1%에 불과하다. 16.9%인 미국의 절반 수준이다. OECD 평균도 8.8%에 이르고 독일이 11.2%, 영국이 9.8% 수준이다. 의료수가가 낮고 국가의 의료예산이 아직 적다는 의미다. 국민들이 의료서비스를 많이 이용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OECD 제공>

 

 

 

 


이런 자린고비 건보재정을 가진 한국의 의료시스템이 일궈낸 국민건강 지표는 세계 1등 수준이다. OECD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한국의 기대 평균 수명은 82.7세다. 전 국민에 대한 의료보장으로 유명한 영국의 81.3세보다 높다. 영아 사망률도 2.7명으로 영국의 2.8명보다 양호한 수준이다. 인구 10만명당 암 사망자는 165명으로 영국의 216명을 크게 앞지른다. 심장질환 사망자 수는 35명 수준으로 전세계 톱클래스에 속한다. 공공 의료시스템이 붕괴했다는 평가를 받는 미국은 기대 평균 수명이 78.6세에 이르고 영아 사망률이 4.8명까지 치솟았다. 암 사망자는 181명이지만 심장질환 사망자가 110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OECD 암 사망자는 201명이고 심장질환 사망자는 115명이다. 한국의 암 사망자가 적은 이유는 조기진단 시스템이 정착된 덕분인 것으로 풀이됐다. 한국의 암에 대한 치료율도 높다는 의미다. 한국 의료체계가 콘텐츠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는 뜻이다. 심장질환 사망자는 31명인 일본에 이어 OECD 최저 수준이다. 골든타임 내에 신속하게 처지가 이뤄지는 응급의료체계의 퀄리티가 높다는 점을 반영한다.

한국은 핵심 의료 서비스가 보장되는 인구 비율이 100%다. 한국에서는 의료서비스를 받는 데 있어서 경제적인 이유로 권리를 침해받으면 안된다고 헌법에 명시돼 있다. 정부가 누구나 평등하게 건강할 권리를 헌법적 가치로 인정한 셈이다. 하지만 정부의 공적 보장률은 59% 수준에 불과하다. GDP 대비 가계의 의료비 지출은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환자들의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 OECD 국가 중에서 제일 많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민간보험 가입 경향이 한국은 40.8%나 늘고 있다. 건보재정에 대한 국가의 기여도는 높아져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는 통계치다. 재정은 이런 곳에 써야 한다. 한국은 의료보험에 투자하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아직 적다. 의사에 지급하는 수가도 너무 낮다.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안이 편성될 전망이다. 이제부터라도 자린고비 건보재정과 수가를 바로 잡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코로나19를 훌륭하게 막아내고 있는 한국 의료진에게 정부와 재정이 답할 차례다. (국제경제부 기자)

n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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