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고 4·15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재계의 시선이 다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집중되고 있다.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이 재판부 기피 신청 기각과 함께 재개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총선으로 그간 속도를 조절해온 검찰의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사기 혐의 수사도 다시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다음 달 11일로 기한을 정한 승계 및 노동 문제에 대한 사과도 이 부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이 조만간 재개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은 특검팀의 재판부 기피신청에 따라 지난 1월 17일 공판을 끝으로 진행이 멈춘 상태였다.
특검팀은 "담당 재판장이 준법감시제도 개선 방안을 도입한다면 양형 감경 사유로 삼겠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일관성을 잃은 채 편향적으로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며 법원에 재판부 기피신청을 냈다.
그러나 지난 17일 서울고법 형사3부가 기피신청을 기각하면서 특검팀이 재항고하지 않을 경우 조만간 재판이 재개될 확률이 높아졌다.
코로나19와 총선으로 대형 사건 수사의 속도를 조절해 온 검찰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과 그룹 경영권 승계 의혹 사건 수사를 다음 달 말까지 마무리하기로 했다.
검찰은 그간 최치훈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부회장) 등 삼성의 전·현직 최고위 인사들을 여러 차례 불러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조사를 벌여왔다.
현재 이 의혹 수사의 실마리가 된 삼성바이오 회계사기 혐의와 관련된 김태한 대표이사 등은 처벌 여부와 범위에 대한 결정만 남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의 소환 조사도 조만간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의 조사가 이뤄지고 나면 이 사건 연루자들의 혐의 여부와 형사처벌 대상을 최종적으로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된 사과 수위와 방식 역시 고민거리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지난달 11일 한 달의 회신 기한을 주고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문제와 관련해 사과와 반성에 나서라는 권고안을 내놨다.
또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에서 '무노조 경영' 방침이 더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하고, 시민사회와의 소통을 강화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제안했다.
그러나 삼성 측은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면서 권고안 논의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했다"며 최소 한 달 이상 기한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준법감시위는 다음 달 11일까지 사과 기한을 한 달 연장했다.
그러면서도 김지형 준법감시위 위원장은 "삼성 측에서 기한을 지키지 못한 건 실망스러운 일이다. 하루라도 앞당겨 최선의 방안을 도출해 내는 것이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도리"라며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삼성 측은 사과 수위와 방식을 놓고 장고를 거듭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이미 조직적으로 노조 와해 공작에 개입한 혐의를 받은 삼성그룹 계열사 전·현직 임직원들이 유죄 선고를 받은 것과, 임직원의 시민단체 후원 내용 무단 열람 사실에 대해 사과했다.
지난해 8월 대법원의 국정농단 원심 파기 환송 선고 직후에는 "그동안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앞으로 저희는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기업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사과했다.
준법감시위가 삼성의 반복된 사과에도 재차 이를 요구한 것은 설득력이 미진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 일각에서는 준법경영을 감시한다는 취지로 출범한 준법감시위가 미래보다는 과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불만도 새어 나온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잘못된 점을 반성하고 사과함으로써 미래에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을 것을 확실히 할 수 있다는 내외부의 비판 역시 만만치 않다.
준법감시위 관계자는 "삼성의 승계 문제는 완결된 것이 아니다"라며 "과거 승계 문제를 반성하고 사과하는 동시에 미래에도 준법의무 위반이 없을 것이라고 공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mrlee@yna.co.kr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