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부가 전방위적으로 재정을 쏟아붓고 있다. 전일 열린 5차 비상경제회의에선 약 90조원 규모의 추가 대책이 발표됐다. 정부는 지난 1~4차 비상경제회의를 통해서만 약 150조원에 달하는 지원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재원 마련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은 불가피하게 됐다. 3차 추경이다. 앞서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한 1차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한 달 만에 2차 추경안을 지난 16일 국회에 제출했다. 여기서 1주일도 지나지 않아 이번엔 3차 추경을 공식화했다.

정부가 3차 추경에 나서는 건 지난 1969년 이후 51년 만이다. 그만큼 우리 경제가 처한 현실이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쇼크 수준의 지표만 보면 이상할 건 없다. 4월 들어 20일까지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6.9% 감소했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08년 금융위기 때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3차 추경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다. 고용안정 패키지에 필요한 자금만 최소 9조3천억원이라는 점에서 10조원대는 훌쩍 넘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추경 재원이다. 2차 추경을 전액 세출 구조조정으로 조달한 탓에 3차는 대부분 적자국채로 채워질 전망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차 추경은 불가피하게 편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규모는 상당 부분 될 것 같고 대부분은 적자국채 발행으로 충당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의 발언이 나오고서 채권시장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안 그래도 공급 부담에 시달리고 있던 터라 국채발행을 재원으로 한 3차 추경 소식이 전해지자 국고채 금리는 급등했다. 적자국채 추가 발행액이 확정되지 않아 채권시장은 한동안 추경 불확실성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재정 건전성 부담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1차 추경 11조7천억원에 2차 추경 7조6천억원, 3차 추경이 10조원 수준이라 가정하면 올해 추경 총액만 30조원에 육박하게 된다. 2차 추경까지 감안한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이미 외환위기 때인 1998년(4.7%) 수준까지 도달한 상태다.

재정 부담이 막대해진 상황에서 적자국채 발행 과정에서라도 조달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은행의 역할이 다시 부각될 것으로 보는 이유다. 한은 금통위는 오는 5월 정례회의 때 기준금리 인하를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정부 추경 시점에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낮춰 시중 유동성을 늘림으로써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한다. 폴리시믹스(정책조합) 효과다. 여기에 더해 정부의 적자국채 조달 금리를 낮춰주는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정부의 2차 추경액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어 기준금리 인하 카드는 적극적으로 검토돼야 한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이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전 국민으로 확대되면 3조~4조원 규모를 적자국채 발행으로 추가 충당해야 할 수 있다. 기준금리 인하 이후에도 국고채 매입 등을 통해 장기 금리를 적정 수준에서 통제하면 적자국채 발행 부담은 한결 줄어들 수 있다.

이제 막 한국은행에 둥지를 튼 신임 금융통화위원들도 머뭇거릴 틈이 없다. 과거 금통위원 취임 후 몇 달간은 적응기라 했지만, 우리 경제가 처한 현실을 고려하면 여유가 없다. 금융시장은 여전히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데, 실물경제 충격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정책 효과를 제대로 내려면 타이밍과 속도가 중요한 법이다. 정부가 재정을 쏟아붓고 있을 때는 한은 금통위도 제때 발을 맞춰줄 필요가 있다. 기준금리가 0.75%로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이라는 것과 정책 여력 확보 등을 이유로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다. 전 세계와 우리 경제가 가보지 않았고, 가고 싶지 않은 길을 가고 있는 만큼 정부와 한은도 새로운 길을 개척해서 이끌고 가야 할 의무가 있다. (금융시장부장 한창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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