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민재 기자 = 5년 만에 정비사업에 뛰어든 삼성물산이 서울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15차 재건축 사업의 시공사로 선정됐다.

여전히 최고의 아파트 브랜드로 꼽히는 래미안에 대한 선호가 높았고, 삼성그룹 계열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고급화 전략을 제시한 게 조합원들의 마음을 산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신반포15차 재건축 조합은 이날 오후 조합총회를 열어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최종 선정했다.

신반포15차 재건축 시공사 선정 입찰에는 삼성물산과 함께 대림산업, 호반건설이 뛰어들어 3파전 양상을 보였다.

대림산업은 특화 설계와 추가부담금 제로화 등을 제안하며 인근에 고급 주거브랜드 아크로 타운을 조성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했고, 강남 재건축 시장에 재도전하는 호반건설은 저렴한 사업비 대출이자와 분양시기 선택제도 등 파격조건을 내놨다.

삼성물산은 '삼성'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통한 고급화 전략으로 맞섰다.

단지 이름을 '래미안 원 펜타스'로 명명하고, 해외 유명 설계사무소와 협업한 고급 디자인으로 승부를 걸었다.

또 홈 IoT(사물인터넷) 시스템에 인공지능을 결합한 래미안 A.IoT 플랫폼을 도입하겠다는 전략도 꺼내 들었다.

특히 조경과 보안, 식음료 서비스 등을 삼성 계열사인 삼성물산 리조트부문과 에스원, 삼성웰스토리 등을 동원해 협업하겠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래미안이 가진 역량을 집중해서 신반포15차 재건축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최고의 품질과 기술을 바탕으로 고객들에게 신뢰받는 래미안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신반포15차 재건축 사업은 사업비가 약 2천500억원 정도로 강남권에서 진행되는 정비사업치고는 규모가 큰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건설사들이 눈독을 들인 이유는 입지와 상징성 때문이다.

한강 조망과 초역세권에 더해 무엇보다 재건축 사업이 활발하게 이뤄질 반포 한가운데 자사 브랜드를 세우면 홍보 효과가 클 것이란 계산이 작용했다.

삼성물산이 신반포·경남아파트 재건축 사업장에서 짓고 있는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와 반포주공2단지를 재건축한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 등이 신반포15차 인근에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반포 지역에 랜드마크로 자리 잡는다면 고급 이미지를 제고하는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신반포15차 재건축 시공권을 따내면서 5년 만에 정비사업에 뛰어든 삼성물산이 영역을 더욱 확대할지 관심이다.

과거 래미안을 앞세워 강남 정비사업 시장을 휩쓸었지만 그룹 내 준법경영 강조로 삼성물산은 지난 2015년 말 서초무지개아파트 재건축 사업 입찰을 끝으로 정비사업에서 자취를 감췄다.

마지막 수주는 2015년 9월 맡게 된 1조1천여억원 규모의 신반포3·23차, 반포경남아파트 통합재건축 사업(래미안 원베일리) 시공이었다.

하지만 최근 민관 주도로 정비업계에 클린수주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재도전에 나섰다.

정비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이 신반포15차 재건축 사업을 따내면서 시장 판도에 큰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물산은 사업비 8천여억원에 이르는 반포주공1단지 3주택지구 재건축 시공사를 두고 대우건설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그간 주택사업 공백으로 래미안의 브랜드 입지가 다소 밀려나는 듯했지만 가치를 새로 입증했다"며 "삼성물산의 정비사업에 대한 의지를 확인하는 계기로 향후 강남권 정비사업에서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반포15차 재건축 조합은 앞서 지난 2017년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지만 설계 변경에 따른 공사비 증액 규모를 두고 대립하다 지난해 12월 계약을 해지했다.

이달 초 예정했던 시공사 선정을 위한 조합총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연기됐고, 조합은 지난 12일 장소를 야외로 바꿔 총회를 열려고 했지만 서울시의 권고로 재차 미뤘다.

조합은 지난 20일 건설사 합동 사업설명회를 강행한 데 이어 이날 시공사 선정 작업도 마무리했다.

내달 시공사 선정을 위한 조합총회를 고려하고 있는 반포3주구 재건축과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 등 큼지막한 정비사업들에도 속도가 붙을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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