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심각한 경영위기를 겪는 대한항공에 1조2천억원에 달하는 신규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24일 밝혔다.

지난 21일 아시아나항공에 대해서도 1조7천억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하기로 한 것을 고려하면, 산은과 수은의 대형항공사(FSC)에 대한 자금 지원 규모는 3조원에 육박하게 된다.

산은과 수은은 대한항공에 운영자금으로 2천억원을 지원하고, 화물운송 매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발행하는 자산유동화증권(ABS)을 7천억원어치 인수해 줄 예정이다.

또 전환권을 보유한 영구채권 3천억원어치를 7월에 인수해 주기로 했다. 향후 이를 전환할 경우 산은과 수은은 약 10.8%의 지분을 보유할 수 있게 된다.

산은과 수은이 대한항공의 지분을 직접 보유하기로 한 것은 전날 정부가 발표한 기간산업안정기금 운영 원칙에 따르기 위한 차원이다.

정부는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조성해 항공과 해운, 조선 등 7개 기간 산업에 대한 지원에 나설 예정인데, 지원 규모의 15∼20% 가량을 지분 형태로 보유해 경영정상화 시 발생하는 이익을 회수하기로 했다.

산은과 수은은 이번 지원으로 대한항공이 6월 말까지 만기를 맞는 2천1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차환하는 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대현 산은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이날 온라인으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산은이 지분을 갖게 되니 국내외 시장 참여자 등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산은은 조원태 회장 등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지분 담보 제공 등 사재 출연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협의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총수 일가가 경영과 관련한 추가적인 책임을 지게 될 경우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혀 사재출연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 두지는 않았다.

산은이 파악한 대한항공의 연내 부족자금은 약 3조8천억원 수준이다.

산은은 일단 1조2천억원의 긴급 자금이 지원될 경우 상반기까지는 2천억원 이상의 여유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 부행장은 "5월 중순 경에 대한항공은 유동성 어려움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고, 그 이전에 자금 지원을 집행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의 만기 회사채가 신속인수제 대상이 될 지 여부에 대해선 "하반기에 차환이 예정돼 있는 것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최 부행장은 현재 대한항공이 추진하고 있는 각종 자구 노력과 관련해선 "극한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본다"며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대한항공은 인건비 절감 뿐 아니라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더해 송현동 부지 매각 등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아직 발표가 되지 않았지만 내부 사업부 매각을 통해서도 많은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산은은 하반기에 추가로 자금이 부족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기간산업안정기금 등을 통해 추가로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편, 저비용항공사(LCC)에 대한 추가 자금 지원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최 부행장은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금융은 산은 1천억원, 수은 700억원 수준에서 지원할 계획"이라며 "이외에 추가적으로 LCC를 지원하는 방안은 현재 단계에선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항공업계에 대한 지원에 시중은행들이 참여하는 것에 대해선 "산은과 수은을 제외한 채권금융기관과도 만기연장 등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고 있다"면서도 "항공업종 특성상 시장 차입이 많다 보니 국책은행의 부담도 큰 게 사실이다"고 토로했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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