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윤교 기자 =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을 효과적으로 통제해 국제 무대에서 강대국 패권을 확보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반면 코로나19 팬더믹의 장기화로 각국 정부가 고립주의 노선을 택해 공급망이 축소될 수 있다는 부정적 견해도 제시됐다.

한국 딜로이트 그룹이 발간한 리포트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의 새로운 노멀'은 코로나19 위기 이후 3~5년 동안 재편될 전 세계의 모습을 '바이러스 확산의 심각성'과 '국가 간 협력 수준' 등의 변수에 따라 네 가지 시나리오로 정리했다.

우선 보고서는 바이러스 확산이 심각하고 국가 간 협력 수준이 중간 수준일 때 국제 질서가 동아시아 중심으로 재편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동아시아 국가가 서방 국가들보다 바이러스를 효율적으로 진압하고 위기를 극복하면서다.

중국 및 동아시아 국가가 전 세계 의료체계와 다자기구 협력을 주도하면서 세계 패권의 중심축이 동아시아로 이동하고, 한국과 대만의 강력하고 중앙화된 위기관리 및 통제 능력이 새로운 표준으로 등극할 것이란 논리다.

이 경우 세계 경제는 2021년 말부터 회복되기 시작하며, 특히 동아시아에서 눈에 띄게 빠른 속도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보고서는 바이러스 확산의 심각성이 높으면서 국가 간 협력 수준이 낮을 경우에는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했다.

전 세계가 고립주의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다.

코로나19 팬더믹이 지금까지의 그 어떤 질병보다도 장기간 영향을 미치는 등 위기 상황이 길어지면서 각국 정부가 외국인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국내 안전을 명분으로 공급망을 본국으로 회귀시키며 무역 고립주의가 확대하게 될 수도 있다는 예측이다.

이 때 글로벌 경제는 2022년 중반부터 회복되는데, 그 속도는 국가별로 다를 것으로 여겨졌다.

이외에 보고서는 국가 간 협력과 개선된 의료 시스템 등으로 바이러스 확산의 심각성이 낮아지면서 현 사태가 효과적으로 관리되는 상황도 가정했다.

당초 예상보다 코로나19가 빠르게 근절된다는 시나리오이지만, 이 경우에도 경제는 장기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다.

경기 부양책으로 일부 기업이 받은 충격은 완화할 수 있겠지만, 중소기업과 저소득층, 중산층이 겪기 시작한 손실을 되돌리기는 어려우며 결과적으로 사회경제적 계층 간의 긴장이 고조될 것으로 추측했다.

경제는 올해 말 반등하기 시작해 내년 하반기 소비 심리가 되살아나고 회복 속도가 붙을 것으로 봤다.

마지막으로 보고서는 바이러스 유행이 지속하며 각국 정부의 위기 극복에 대한 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기업들이 나서며 민관 협력이 급증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제시했다.

기업들은 의료 전문 지식과 강화된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등 바이러스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솔선수범한다.

기업들은 위기 후 결속력 강화를 위해 고객, 주주, 관계 구축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와 책임경영의 필요성이 증가한다.

이 경우 경제 회복은 내년 말 시작된다. 2022년 초에는 회복이 더디고, 하반기부터 회복 속도가 빨라진다.

한국 딜로이트그룹은 이번 시나리오가 코로나19 위기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가능성의 차원에서 제시한 것이라며 네 가지 시나리오 중 한 가지가 실현될지,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타날지 속단하긴 이르다고 밝혔다.

오성훈 한국 딜로이트그룹 고객산업본부 본부장은 "2분기를 지나며 기업의 유동성 위기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으며, 구조조정과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 이어질 것" 이라며 "이번 리포트에서 정리한 4개의 시나리오에서 공통으로 제시하는 미래 변화에 대해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이 기업과 사회의 리더들이 선제적으로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yg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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