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롯데가 7개 유통 계열사를 하나로 묶은 통합 애플리케이션 '롯데 온(ON)'을 출범하면서 온라인 쇼핑 주도권을 두고 고공 성장을 지속하는 쿠팡과의 싸움을 본격화한다.

유통업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옮겨가면서 흔들리고 있는 '유통 공룡' 롯데가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백화점·마트·홈쇼핑·닷컴·하이마트·슈퍼·롭스 등 7개 유통계열사 온라인 쇼핑몰을 하나로 모은 통합 애플리케이션인 '롯데 온(ON)'을 오는 28일 출범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언택트) 시장 성장세가 가팔라지면서 '더 이상은 뒤처질 수 없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사업으로, 롯데쇼핑은 '롯데 온'에 모든 사업 역량을 쏟아부었다.

롯데는 이커머스 쿠팡과 신세계의 쓱닷컴(SSG닷컴)에 대적하기 위해 롯데의 강점인 '데이터'와 '점포'를 최대한 활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롯데는 국내 최대 유통 그룹으로 백화점, 마트 등 전국에 1만5천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등록된 회원(롯데멤버스)만 대한민국 인구의 75%인 3천900만명이다.

이 오프라인 역량을 그대로 온라인에 옮겨놓겠다는 게 롯데의 전략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방대한 빅데이터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연계 분석하고 고객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 경쟁사와 차별화에 나선다면 후발주자이지만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봤다.

조영제 롯데쇼핑 이커머스 부문 대표는 "쿠팡이나 쓱닷컴 등과는 데이터에서 상당한 질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쿠팡, 위메프 등 이커머스가 매년 최대 매출을 경신하면서 수천억 원의 적자를 보고 있는 사업구조와도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롯데는 대규모 투자금이 소요되는 물류센터 대신 기존의 오프라인 점포를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현재 롯데마트는 전체 규모의 3분의 1을 임대매장으로 쓰고 있는데, 꼭 필요하지 않은 면적을 줄여 물류센터 역할을 하면 고객에게 더 빠르고 신속하게 배송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축구장 넓이의 직접 물류센터 건립에 나선 쿠팡과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확장 중인 쓱닷컴과는 다른 전략이다.

조 대표는 "물류센터가 매장 안에 있으면 가장 좋은 점은 배송 시간을 줄일 수 있어 점포 반경 5㎞ 안이면 2시간 만에 배송할 수 있다"면서 "롯데의 오프라인 매장을 최대한 활용하면, 경쟁사들처럼 물류에 드는 비용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는 또 가격을 싸게 해서 매출을 올리는 비효율적인 방법은 쓰지 않을 방침이다.

쿠팡 등 이커머스가 이익은 나중에 내더라도 우선 덩치를 키운 뒤 경쟁에서 투항하는 경쟁자가 나오면 그때부터 이익 확대를 노리는 아마존 전략을 고집한다면 롯데는 지속가능성이 무게를 뒀다.

A 상품의 업계 최저가가 1천원이더라도 1천100원에 파는 게 적정하다고 판단되면 좀 더 비싼 가격에 팔겠다는 것이다. 롯데자이언츠팀의 야구관람권을 판매할 경우 날씨나 상대 팀 전력 등에 따라 이익이 남는 선에서 적정 가격을 수시로 변경하는 식이다.

조 대표는 "적자를 내면서 사업할 생각은 없다"면서 "롯데의 강점을 활용해 물류비용 등을 최소화함으로써 이익구조를 개선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롯데가 쿠팡 등과 정면으로 승부를 겨루기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체력전에 들어갔다고 분석하고 있다.

쿠팡은 2013년 법인 설립 이후 6년째 적자를 이어오면서 누적 적자가 4조원에 가깝지만, 롯데는 3년 후인 2023년이면 손익분기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국내 최대 오프라인 유통망을 최대로 활용한다면 비용 측면에서 효율화가 가능해 충분히 해볼 만 하다고 본다"면서 "빠르고 싼 배송 경쟁을 넘어 그 이상의 만족도를 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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