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경제학자들이 바빠졌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금기시됐던 행위들이 다반사가 되고 있어서다. 너무 스스럼이 없다.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경계가 여지없이 무너지고 있다.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이 정부의 한축으로 제한 없는 통화 증발에 나서고 있다. 정치와 종교는 분리돼야 한다는 '제정 분리 원칙'이 무너진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른바 21세기형 자본주의는 코로나19에 따른 팬데믹 이전과 확연하게 다르게 전개될 것이라는 게 경제학자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기본소득 성격의 현금 퍼주기 정책은 자본주의 본진인 미국이 가장 먼저 도입하는 등 글로벌 표준이 되고 있다.우리도 새로운 자본주의의 흐름에 합류했다. 정부는 전 국민에 대해 긴급재난지원금을 일괄지급하기로 했다. 4인가족 기준으로 100만원씩 현금으로 지급할 예정이다. 나라의 곳간지기인 기획재정부도 많은 진통을 거쳐 대의에 따르기로 했다. 본보가 지난해부터 여러차례에 걸쳐 주장했던 무차별적 현금지급 정책이 가시화된 셈이다.<지난달 2일자 '홍콩은 예산 156만원식을 왜 현금으로 뿌릴까', 23일자 '코로나19와 MMT 그리고 재난기본소득' 지난해 4월15일자 '한국의 조막손 추경 vs 홍콩의 세금환급과 CSS'기사 참조>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과잉대응이 늑장 혹은 과소 대응보다 낫다는 경험칙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우리가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에 따른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엄청난 수업료를 내고 뼈저리게 배운 대응 매뉴얼이다. 자본주의의 본진인 미국은 물론 기축통화인 엔화를 가진 일본도 재난 기본소득 지급 정책을 채택했다.







<금 모으기 운동은 1998년 외환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 금융을 요청하던 당시, 외채를 갚기 위하여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나라에 금을 기부했던 운동이다. 고인이 된 김수환 추기경도금으로 된 십자가를 내놓는 등 금 모으기 운동에 동참해 세계를 감동시켰다>

여기까지는 닮은꼴 대응이다. 하지만 코로나 19를 모범적으로 극복하고 있는 우리는 방역에 이어 21세기형 자본주의에서도 한류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 재난 기본소득을 무차별적으로 지급하지만, 자발적으로 기부할 수 있는 길도 열어뒀기 때문이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겠지만 '제2의 금 모으기 운동'이 될 수도 있어 보인다. 1998년 외환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 금융을 요청하던 당시, 외채를 갚기 위하여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나라에 금을 기부하던 운동이 금 모으기 운동이다. 모두가 어렵지만 덜 어려운 사람들이 재난 기본소득을 금 모으기 운동처럼 자발적으로 기부하는 움직임이 활성화될 수도 있다. 고인이 된 김수환 추기경이 아꼈던 금 십자가를 내놓는 등 우리는 이미 금 모으기 운동으로 세계를 감동시킨 바 있다. 이번에도 21세기형 자본주의에서 한류를 일으킬 수 있는 씨앗이 뿌려졌다. 얼마나 싹을 틔울지는 우리의 몫이다.

재미 사업가 한 명도 21세기형 자본주의에서 한류를 확산하는 데 한몫하고 있다. 어려운 시절 기업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몸소 보여주면서다. 미국 캔자스에서 '셀트론'이라는 항공우주방산 업체를 운영하는 이 재미사업가는 고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현금유보금 등 회사의 재원을 사용하기로 했다. 그는 사업을 하면서 현금을 보유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비상시에 대비하려는 것이라고 주변에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등에 손을 벌리기 전에 기업 혹은 대주주가 스스로 자구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업가는 남북은 물론 미국과 북한의 화해 협력을 위해서도 오랫동안 헌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주의에서도 한류가 통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을 듯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주에 한국이 코로나 19 방역에서 모범안을 제시했다고 보도하는 등 팬데믹 대응 방식에서도 한류가 확산되고 있다.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아카데미상 작품상과 감독상을 동시에 받으면서 K무비가 세계화의 발판을 마련했다. 방탄소년단(BTS)이 국제연합(UN)에서 연설하는 등 K팝은 이미 대세가 됐다. 21세기형 자본주의에서도 한류가 확산되기를 기대해 본다.(국제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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