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지난달 말 '깜짝' 지급된 성과급을 놓고 하나은행 노사 간에 지급 기준을 놓고 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성규 행장이 당초보다 줄어든 성과급의 배경을 이례적으로 설명하며 직원들 다독이기에 나섰지만, 역대 최대 성과에도 보너스가 줄면서 행원들의 불만도 적지 않은 모양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지난달 29일 일반 직원을 대상으로 기본급 135~160%에 해당하는 특별성과급(P/S)을 지급했다.

관리자와 책임자는 각각 135%와 140%가 현금 지급됐고, 근속연수와 계약 조건에 따른 행원A·B도 각각 150%와 160%를 받았다.

문제는 이번 성과급이 노사 합의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급됐다는 점이다.

그간 하나은행 노사는 6차례에 걸쳐 성과급 지급을 위한 협의를 진행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사측은 노사합의서에 명시된 대로 4월 말에 성과급을 지급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직원들은 노사 간 최종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결정된 성과급 지급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해 2조4천억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지주사 설립 이후 최대 실적을 냈다. 이중 핵심 자회사인 하나은행이 낸 순익은 2조1천565억원으로 구 외환은행과 통합해 출범한 이후 최대치였다.

이에 노조는 약 1천억원의 재원을 바탕으로 기본급 200% 수준의 성과급을 요구했다. 이는 올해 초 성과급 지급을 마친 국민·우리·신한은행과 비슷한 수준이다.

물론 지급방식의 차이는 있었지만, 국민은행이 기본급 200%를 현금으로 지급했고, 신한은행(현금 160%·주식 40%)과 우리은행(현금 100%·주식 100%)도 같은 수준의 성과급을 줬다.

반면 하나은행 경영진은 지난해보다 약 400억원 정도 줄어든 620억원을 성과급 재원으로 책정해 성과급으로 기본급 130% 수준을 제시했다. 지난해 사상 최대실적은 일회성 요인에 의해 포장됐을 뿐 경영목표 달성에는 실패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하나금융은 지난해 3분기에 인식된 3천200억원 규모의 명동 본점 매각이익과 4분기에 반영한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 지분투자 파생이익 2천286억원이 사상 최대 실적을 내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중국 투자손실과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 배상을 위한 충당금, 그리고 특별퇴직 등 예상치 못한 일회성 비용이 상쇄될 수 있었던 것도 그 덕이다.

노조는 중국 투자손실과 DLF 사태를 들어 성과급을 깎는 것은 경영의 실패를 직원에게 전가하는 행위라고 맞섰다. 아울러 이미 경영진에 지급된 성과급과 비교해도 상대적으로 박탈감이 크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아울러 다른 시중은행의 성과급과 비교해서도 상대적 박탈감이 적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에 지 행장은 성과급 지급일에 맞춰 직원들에게 서신을 보냈다.

지 행장은 "당기순이익이 역대 최대 수준이었다는 점에서 의문을 가질 수 있지만, 성과급은 목표와 연동되는 개념"이라며 "지난 2017년 이래 목표 달성률은 꾸준히 하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에는 영업활동과 무관한 이익이 많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만 볼 순 없다"며 "은행은 합의서에 따라 객관적으로 성과급을 책정해 직원에게 최선의 방안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하나은행 직원들의 성과급에 대한 불만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하나은행 직원은 "사측의 설명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은행의 비상경영 상황은 인지하지만, 직원에게만 노력을 강요하는 것 같아 허탈한 게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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