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월가의 많은 것을 바꿔놨다. 재택 트레이딩과 화상 회의는 일상이 됐고, 객장이 아닌 전자거래로만 이뤄지는 시대도 경험했다.

이 사태가 얼마나 길어질지, 얼마나 가속할지, 코로나19가 바꿔놓을 경제와 월가의 풍경에 대한 글과 포스트는 넘쳐난다.

그러나 월가에서 더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시장참여자들의 행동 변화다. 코로나19를 겪으며 미국 개인투자자들도 대거 투자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TD 아메리트레이드는 1분기에 60만8천개의 리테일 고객 신규 계좌를 확보해 기록을 세웠다. 그중 3분의 2 이상이 3월 한 달 동안 만들어졌다.

이트레이드는 같은 기간 36만3천개의 계좌가 순수하게 늘어났는데, 90%는 리테일 고객들이 만든 것이었다.

찰스슈왑은 개인들이 스스로 관리하는 계좌와 금융 어드바이저가 관리하는 계좌 등 60만9천개의 브로커리지 계좌를 새로 확보했다.

이들 세 회사는 모두 온라인 증권사다. 또 거래 비용이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미국 최대 온라인 증권사인 찰스슈왑은 지난해 10월 7일에 미국 주식, 상장지수펀드(ETF), 옵션거래의 온라인 거래 수수료를 파격적으로 없앴고, 후발주자인 아메리트레이드와 이트레이드도 수수료 제로에 동참했다.

온라인 증권사에서 한 발 더 간편하게 나아간 주식거래 플랫폼인 로빈후드는 1분기 자금 예치 규모가 기록적으로 늘었다. 하루 거래량은 작년 연말 대비 300% 급증했고 신규 계좌 개설도 빠르게 늘고 있다.

신규 투자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34세 미만이라는 온라인 플랫폼의 집계도 있다.

사실, 밀레니얼 세대와 함께 온라인 거래는 크게 성장했다.

찰스슈왑의 설립자인 찰스 슈왑 회장이 "특히 젊은 고객층을 유입하기 위한 시도"라고 말한 것처럼 온라인 거래에서 수수료를 없애자 젊은 신규 투자자들이 늘어났다. 동시에 수수료가 없어지면 개인투자자들의 무분별한 단기 투자를 초래할 수 있던 우려대로 투기적인 행동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투자 기간은 단기가 아니라 이제는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트레이드 당 5달러든, 0달러든 변화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하루에도 몇 번씩 거래하는 단타는 급증했다.
 

 

 

 

 

 

 

 

 

 

 

 

 

 

 


이른바 무비용 거래의 폭발이다.

대표적인 것은 '마이너스 유가'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이끈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을 벤치마크로 삼는 미국 대표 원유 상장지수펀드(ETF)인 USO다.

리테일 투자자는 2~3월 유가가 가파르게 떨어지자 저가 매수 기회라고 판단해 USO를 쓸어 담았다. 선물계좌를 열 필요도 없었고, 거래 비용도 없었다. 5월 인도분 WTI가 마이너스로 급락하기 직전 USO의 운용 규모는 사상 최대였다.

들어오는 돈을 운용 원칙대로 사다 보니 USO는 5월물 WTI 선물을 30%나 보유하게 됐다. ETF는 전략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ETF가 팔아야 할 선물에 누르고, 사야 할 선물을 끌어올리는 역이용 세력에 USO 투자자들은 그대로 당했다.

만기가 다가온 5월물은 폐기물보다 못한 처지가 돼 돈을 얹어줘야 팔 수 있게 됐지만, USO 투자자들은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월가에서는 USO를 산 투자자들은 월물 교체, 슈퍼 콘탱고 등을 알지 못하는 전형적인 투기 폐해라고 지적한다.

코로나19의 시장 혼란 속에서 옵션시장도 두드러졌다. 거래는 폭증했고, 월별에서 주간으로 주기는 더 짧아졌다.

'알고리즘 매매의 영향력은 커졌고 금융시장 변동성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 무비용 거래가 가능하다. 제로금리 시대 차입 비용이 싸 레버리지를 싸게 늘릴 수 있다. 옵션시장 접근은 좋아졌고, 유동성도 마르지 않는다. 당장 꺼내 거래할 수 있는 스마트폰 거래 세상이다'

이런 흐름과 함께 과감한 리스크 테이킹을 미화하는 커뮤니티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소셜 뉴스 웹사이트인 레딧에 2012년 1월 31일에 만들어진 커뮤니티 'R/Wallstreetbets'는 월가를 움직이는 파워 집단으로 성장했다.

이 커뮤니티에는 월 300만 명 이상의 방문자가 몰리고 팔로워만 80만 명이 넘는다. 코로나19로 더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고 여기서 젊은 투자자들은 돈을 벌기 위해 주식시장을 이용하는 방법을 공유한다. 마진론으로 무장한 이들은 공격적인 매매에 나서고 있다. 마진론은 주식 등을 담보로 현금을 빌려 주식을 더 사들이는 방법이다. 1930년대 대공황 직전에 월가는 마진론에 취해있었다.

주가가 오르면 추가 대출이 가능해 주가를 더 끌어올릴 수 있지만, 주가 추락하는 순간에는 마진콜이 발생해 주식을 팔아치워야 하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월가에서는 마진론 보유자들이 꼭지에 사서 바닥에 파는 무리를 대거 뒤따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Wallstreetbets에 올라오는 글을 보면 위험한 베팅을 과시하고, 월가를 카지노라고 말하는 것을 서슴지 않는다.

코로나19 사태로 2020년 한국 주식시장에는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 개인이 기관과 외국인에 맞서 국내 주식을 대거 사들인 상황을 1894년 반외세 운동인 동학농민운동에 빗댄 표현이다.

Wallstreetbets는 미국의 개미들을 상징한다. 동학개미와 사정은 다르지만, 이들 역시 위기를 기회로 보고 있다. "투기라는 퍼펙트스톰 속에 있고, 그것은 완벽한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다"라는 월가의 지적처럼, 젊음을 무기로 덤비는 이들이 만들어갈 시장은 이미 시작됐다. (곽세연 특파원)

sy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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