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내 달러 자금시장 분위기가 두달 전과 확 달라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가 전 세계로 퍼져나갈 때 우리나라 금융시장에서 가장 큰 걱정거리는 달러 유동성이었다. 3월 초 외국인은 하루에만 많게는 1조원 넘는 주식을 팔아치웠다. 이들은 곧바로 달러로 환전했다. 여기에 공포 심리까지 겹치며 달러-원 환율은 연일 급등했고, 외환(FX) 스와프포인트는 급락했다.

스와프포인트의 하락은 곧 외화조달 비용이 커졌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외부 차입에 제동이 걸린 국내 금융회사는 달러 기근에 시달렸다. 외환당국의 전방위 개입과 대책 마련에도 공포에 휩싸였던 달러 자금시장은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이후 점차 안정을 찾았다.

한국은행은 전일 한미 통화스와프 계약에 따른 달러화 공급 입찰을 당분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여섯번 째 통화스와프 자금 입찰을 끝낸 직후다. 1~6차 입찰에 따른 총 달러화 공급액은 198억7천만달러였다. 한미 통화스와프 계약 한도 600억달러의 약 3분의 1 수준이다. 외화대출 입찰이 진행될수록 응찰 금액은 계속 낮아졌다. 3월 31일 진행된 1차 입찰 때는 87억2천만달러가 낙찰됐으나 전일의 6차 낙찰액은 13억2천만달러에 불과했다. 국내 금융회사의 달러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달러 유동성 상황이 한결 안정됐음을 보여준다. 전일 한은이 통화스와프 외화대출을 일시 중단하겠다고 밝힌 것도 달러 유동성 관리에 대한 자신감에 기인한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여유 자금 확보 차원의 의미도 있을 것이다.





(출처:연합인포맥스 달러-원 스와프 호가 일별추이)

외화 자금시장의 지표 격인 FX 스와프시장 분위기도 당국에 안도감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통화스와프 외화대출이 낮은 응찰액을 보이며 순항할 때도 스와프시장은 급등락하며 때때로 불안한 흐름을 보였다. 지난달 후반기 이후 스와프포인트가 다시 반등하더니 전일에는 마이너스(-) 11원을 기록하며 지난 2월 수준까지 회복했다. 지난 3월 저점 대비로는 17원가량 반등한 수치다. 국내 금융회사가 통화스와프 외화대출을 받지 않더라도 외부 달러 조달이 어느 정도 가능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주식 매도가 아직 진행형이라 마음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지난 3월에 비하면 양호한 편이지만, 외국인 주식 매도 규모가 적다고 보긴 어렵다. 4월에만 약 4조원, 이달 들어선 1조2천억원가량 매도 우위다.

채권시장 외국인이 그나마 든든한 우군 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은 원화채권을 3월에 약 7조4천억원, 4월에만 약 9조3천억원 순매수했다. 외국인 원화채 보유 잔고는 지난달 29일 기준으로 140조원을 돌파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외국인이 한국 채권을 사는 건 기본적으로 상대 금리가 높은(채권 가격이 싼) 이유가 크겠지만, 국내 자금시장 전반의 상황이 많이 안정된 것도 한 몫 차지했다는 분석이다. 한국채권이 확실하게 안전자산으로서의 위치를 확보했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원화자산 전반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의미다.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의 대량 이탈과 이에 따른 달러 품귀 우려는 한결 완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사태를 지나면서 우리나라 금융시스템과 시장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가진 대응이 필요한 때다. (금융시장부장 한창헌)

c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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