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500억 주주배정 유상증자 추진…최대주주 CJ 1천억 수혈

총차입금 1년새 3배 급증…부채비율 700% 넘어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정윤교 기자 =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영화관 CJ CGV가 대규모 자본 확충에 나선 것은 재무구조 악화의 악순환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특히 강력한 자구책을 시행하더라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만 만큼 영업실적 개선을 통한 재무구조 안정화는 쉽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대주주인 CJ㈜가 CGV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기로 결정한 것도 재무구조 악화를 현 시점에서 끊어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CGV는 8일 이사회를 열고 2천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CJ그룹 내 상장 계열사로는 처음이다.

이번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를 대상으로 하는 주주배정 방식을 취했다.

할인율을 무려 20%로 적용하기로 한 것도 구주주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려는 배려 차원이다.

영업실적 개선이 쉽지 않고, 재무구조 악화를 단번에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주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고육책이기도 하다.

CGV의 최대주주는 그룹 지주사인 CJ㈜로 지분 39.02%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증자로 CJ㈜는 최소 1천억원 이상을 투입하게 된다.

CJ㈜를 제외한 다른 주주들의 유상증자 참여가 적어 실권주가 발생한다면 일반공모 방식을 통해 자금을 모은다.

CGV에 필요한 자금이 충분히 모집되지 않은 상황이고, 일반공모 흥행 가능성도 낮다면 CJ㈜가 추가로 자금을 더 투입해야 할 수도 있다.

CGV의 자본확충을 위해 유상증자를 하기로 결정한 것은 현 상황에서 딱히 다른 방안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으로 보인다.

CGV은 대부분 임차 형식으로 사업을 영위하다보니 주력 계열사인 CJ제일제당처럼 매각할만한 유휴자산이 없고, 단순 사업 구조조정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영구채권 발행이나 재무적투자자(FI) 유치도 이미 사용해본 카드로, 현재와 같이 금융시장 경색 국면에서는 쉽지 않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재구구조는 더욱 악화했고,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이 커지는 등 자본 확충을 더는 미룰 수 없어지자, 결국 지주사가 직접 자금 수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CGV의 재무 건전성에 빨간 불이 켜진 것은 2018년 터키법인이 부실해지면서 시작됐다.

CGV는 2016년 6월 메리츠증권과 손잡고 터키 극장 사업자 '마스 엔터테인먼트 그룹'을 6천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할 당시 2021년 원화 기준 공정 가치가 투자 원금을 밑돌 경우 CGV가 메리츠증권에 차액을 지급하는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체결했다.

2018년 터키 경제 위기로 리라화 환율이 급락하면서 CGV는 2018년 1천776억원, 2019년 757억원을 TRS 평가손실로 잡았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리스회계기준 적용 후 리스료가 부채로 인식되면서 부채비율도 치솟았다.

CGV는 그간 극장 자산 유동화와 외자 유치 등 여러 재무건전성 개선 방안을 모색해왔지만, 그 효과는 미미했다.

CGV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777.5%에 달한다.

지난해 말 기준 CGV의 자본금은 6천11억원이다. 이번 유상증자로 자본금의 3분의 1이 넘는 자금이 수혈되면 부채비율이 뚜렷하게 개선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CGV 관계자는 "지난해 리스 회계 변경으로 부채 비율 상승, 신용도에 악영향을 미치며 회사의 전반적인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이번 유상증자 결정을 내렸다"며 "이를 통해 확보한 운영자금을 기반으로 재무 구조와 신용도 개선, 외부 평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19로 영화산업의 전망이 더욱더 어두워진 상황에서 이번 자본 확충이 '밑 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CJ그룹 내 시너지 제고를 위해 CJ ENM과 CJ CGV의 합병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과거 미디어와 커머스 시너지 명목으로 CJ오쇼핑과 CJ E&M이 합병했듯, CGV가 CJ ENM 사업 부문으로 들어가 비용 효율화를 추진하는 측면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CJ가 CGV를 매각할 게 아니라면 자본확충 방안 외에도 계열사 간 합병 등을 통해 수익성 강화를 추진할 수 있다"면서 "이번 자본확충이 어느 정도 효과를 내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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