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의 대규모 적자가 현실화했다.

국제유가 급락에 따른 원유·석유 제품 재고 가치 하락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수요 급감이 주요 원인이다.

11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정유 4사의 영업손실 규모는 총 4조3천775억원에 달했다.

SK이노베이션의 영업손실 규모가 1조7천752억원으로 가장 컸다.

이날 실적을 발표한 GS칼텍스는 1조318억원, 에쓰오일은 1조73억원, 현대오일뱅크는 5천632억원의 영업손실을 나타냈다.

지난해 정유 4사의 연간 합산 영업이익은 3조1천억원이었는데, 올해는 1분기 만에 지난해에 낸 수익은 물론 1조원 이상을 더 날리는 상황이 된 것이다.

정유 4사 중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은 나란히 분기 기준으로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금까지 정유업계에서는 셰일가스 패권을 둘러싸고 산유국 간 가격전쟁이 있었던 2014년 4분기 실적이 최악이라고 평가해왔다.

당시 정유 4사의 적자 총합은 1조1천500억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번 유가 급락과 코로나19 확산으로 당시 기록을 갈아치우게 됐다.

올해 1분기 적자의 주원인은 국제유가 급락에 따른 원유·석유 제품 재고 가치 하락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수요 급감이다.

정유사들은 원유를 수입해 석유 제품으로 만들어 판매하는데, 이 과정에서 유가가 폭락하며 석유 제품 재고 가치가 하락한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영향으로 수요가 없어 재고가 더욱 쌓여만 가는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의 올해 1분기 재고 관련 손실은 1조1천138억원, 에쓰오일은 7천210억원에 달했다.

현대오일뱅크는 1천874억원의 재고 관련 손실을 냈다.

정유업계에서는 다만 1분기를 기점으로 최악의 국면은 지났다는 기대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면서 수요가 조금씩 확대될 것이란 기대와 함께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가 실행되면서 국제 유가의 급락세도 진정될 것이란 기대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이에 따라 유가 급락에 따른 재고 관련 손실이 환입되고, 정제마진이 회복되면 실적 반등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정유사들이 올해 1분기 실적 바닥을 지난 후 2분기에는 영업손실 규모를 줄였다가 3분기부터는 영업이익을 내기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원유의 사우디아라비아 공식판매가격(OSP)이 급락하는 데다, 대형 정유설비의 증설 취소 또는 연기가 이어지고 있어 정유 4사가 내년에는 대규모 영업이익을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1개월간 실적 전망치를 발표한 증권사를 대상으로 컨센서스를 실시한 결과 SK이노베이션은 올해 2분기 5천150억원의 영업손실을 나타낸 후 3분기에는 3천366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관측됐다.

에쓰오일은 올해 2분기 7천233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후 3분기에는 3천613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전망이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마진 악화로 글로벌 정유사들이 가동률 축소에 돌입했고, 유가 급락에 따른 재고 관련 손실도 올해 상반기에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며 "최악의 구간은 지났다"고 말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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