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이 우리나라의 일본화(Japanification)를 심화시키는 디플레이션 압력이 될지, 아니면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일으킬지 전문가들의 의견이 다소 엇갈리고 있다.

코로나19는 단기적으로 수요를 위축시켜 물가 둔화 압력으로 작용하지만, 글로벌 공급 체인의 해체를 가속화해 장기적으로 생산 비용을 높이는 요인이기도 하다.

13일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2월 1.1%에서 3월 1.0%, 4월 0.1%로 올해 들어 확연한 둔화세를 나타내고 있다.

코로나19로 외출을 자제하다 보니 외식 물가 상승률이 낮았고, 국제 유가 하락으로 석유류 가격도 내려간 영향이다.

한국은행은 전면 봉쇄 조치를 시행하지 않은 우리나라의 경우 사재기가 나타난 다른 나라에 비해 물가 하락 압력이 더 강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물가상승률 하락에 우리나라의 일본화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일본화는 일본이 겪은 '잃어버린 20년'처럼 저금리, 저물가, 자산버블 붕괴 등과 함께 장기적인 경기 부진이 나타나는 현상을 가리킨다.

지난 4월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서 한 금통위원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국내경제의 충격은 여타 국가들에 비해 크지 않을 수 있으나, 경제의 일본화라는 관점에서 평가한 디플레이션 위험은 상대적으로 커 보인다"고 지적했다.

일본이 디플레이션으로 진입한 1990년대 중반 성장률 1%대, 물가상승률 0%대 초반, 정책 금리 0.5% 수준으로 우리나라와 지표가 유사한 상황을 나타냈다는 설명이다.

박석길 JP모건 이코노미스트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그 와중에도 환율은 안정적"이라며 "좋게 보면 금융시장이 안정적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일본을 너무 빨리 따라가는 느낌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19는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불러온다는 의견도 있어 향후 경제 상황이 일본화와는 다르게 진행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보호무역주의와 리쇼어링(제조업체의 자국 귀환)으로 글로벌 공급체인이 해체되면서 생산 비용이 증가하고, 여기에 중앙은행의 막대한 유동성 공급이 상승 작용을 일으키면 인플레이션이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라이제이션(세계화)은 그동안 물가 안정 요인으로 작용했는데, 이 추세가 반대 반향이 된다면 생산 비용 하락 요인이 사라진다"며 "코스트 상승과 유동성 확대가 결부하면 지금까지의 그레이트 모더레이션(대안정기)이 중장기적으로 유지가 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물가의 상승은 곧 금리의 상승 압력으로 이어진다.

이 연구원은 "성장 잠재력은 약화하지만 인플레이션 압력은 높아질 수 있는 환경"이라며 "시장 금리가 계속 낮게 갈 것이라고 얘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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