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연기금과 보험사 등 장기투자기관이 외국인 재정거래에 눈길을 주고 있다. 외국인이 재정거래 포지션을 청산하면 채권시장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는 탓이다.

또 재정거래 포지션 청산은 보험사 환헤지 여건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시장에서는 외인이 재정거래 포지션을 청산할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외국인의 국내 장외채권 잔고는 지난달 초 133조5천79억원에서 이달 12일 142조4천32억원으로 6.7% 증가했다.

이 기간 외국인은 주로 재정거래의 성격의 단기물을 사들인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지난달 외국인의 국내 장외채권 투자에서 1년물 이하 비중은 70.9%다. 이달에도 63.2%를 기록했다.

지난 2월과 3월에 1년물 이하 비중이 각각 10.4%, 35.3%를 기록한 것과 대비된다.

재정거래 매력이 커지면서 외인의 단기물 투자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외인이 외환(FX) 스와프거래로 통안채 1년물에 투자한다고 가정하면 차익은 지난달 초 기준 97.2bp다. 지난달 20일에는 101.6bp를 기록했다.

이달 12일 기준 차익은 74.9bp로 지난달보다 감소했다. 앞서 올 2월 초, 3월 초 차익은 각각 29.9bp, 41.3bp를 나타냈다.

지난달과 이달 외인의 단기채 투자가 증가하면서 채권 듀레이션이 짧아졌다. 채권 듀레이션은 지난달 초 4.01년에서 이달 12일 3.85년이 됐다.

시장참가자는 외국인 채권잔고가 증가한 것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듀레이션이 짧아진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명실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외인의 원화채권 보유잔액이 140조원을 넘어섰다"며 "1월부터 3월 중순까지 채권잔고가 130조원대에서 정체 양상을 보였는데 3월 후반부터 10조원가량 증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보유잔고 확대라는 긍정적 이슈 이면에 듀레이션 축소라는 우려감이 존재한다"며 "재정거래 유인으로 1년 이하 단기채 매수가 증가해 듀레이션이 짧아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재정거래 만기 시 롤오버가 되지 않거나 중간에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렇게 되면 채권시장 투자심리가 나빠져 장기물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장투기관도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고 판단했다.

외인의 재정거래 포지션이 청산되면 보험사 환헤지 여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진단도 제기된다.

은행의 한 스와프딜러는 "최근 재정거래 유입으로 FX스와프포인트가 오른 측면이 있다"며 "재정거래 포지션에서 롤오버가 이뤄지지 않으면 보험사 환헤지 여건이 악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재정거래 포지션 청산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사 한 운용역은 "현재로선 외인이 재정거래 포지션을 청산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며 "신용등급 대비 높은 캐리를 보장하는 원화채권 수요가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럼에도 향후 한·미 금리차와 FX스와프시장을 보면서 외인의 재정거래 포지션 추이를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yg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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