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정부의 확대 재정정책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스텔스 양적완화 (stealth QE)'를 실시한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공급 급증에 따른 충격을 막기 위해 국채를 매입하되, 양적 완화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할 것이란 이야기다.

13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전일 국무회의에서 "눈앞의 위기를 보면서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며 "3차 추경도 곧바로 추진해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당초 내달 초 공개 예정이었던 추경안 편성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기간산업안정 기금도 이르면 이달 말 가동되면서 정부 보증채 공급이 가시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급 충격이 현실화하는 가운데 한국은행은 국채 매입과 관련 세부사항을 두고 정부와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국채 매입은 기존 단순 국채매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지만, 금리 스프레드 등 추후 자동으로 한은이 개입하게 되는 가이던스를 제시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예상 시나리오는 추경에 따른 순증 발행분의 상당 비율을 한은이 매수한다고 밝히는 것이다. 이 경우 종전 일회성 단순매입보다 시장에 강한 신호를 주면서 본격적인 양적 완화로 평가되는 것을 피할 수 있다.

이러한 전망 배경에는 한은의 추가 인하 여력이 자리하고 있다.

기준금리가 명목 실효 하한에 이르지 못한 상태에서 한은이 금리 목표와 대차대조표를 분리하고, 양적 완화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란 판단에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9일 추가 인하 여력을 묻는 질문에 "금리를 지난번 비교적 큰 폭으로 내려 정책 여력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실효 하한이 가변적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면 금리 여력은 남아 있다"고 답했다.

영국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0.50% 기준금리 수준에서 QE를 단행했다. 최근 QE를 도입한 호주중앙은행(RBA)은 기준금리를 0.25%까지 낮춘 후 QE에 나섰다. RBA는 3년물 국채 금리를 기준금리 수준으로 타겟팅해 자산매입을 시행하고 있다.

오석태 소시에테제네랄(SG)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이 어떤 식으로든 국채를 매입해 공급 부담을 해소할 것이다"며 "양적 완화를 선언하면 불안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등 비판이 예상되는 만큼 '스텔스QE'식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스텔스QE'는 지난해 후반 연준 정책을 빗댄 표현이다. 연준이 QE를 선언하지 않은 채 단기자금시장 경색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대차대조표가 확대했고, 이를 두고 언론은 '스텔스QE'라 평가했다.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와 양적 완화가 한 번에 진행될 여지도 있지만, 제한된 정책 여력을 고려하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시장이 안정된 상황에서 한은이 양적 완화까지 급하게 휩쓸려 가지는 않을 것이다"며 "코로나 2차 충격이 상당 기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금리 인하 카드는 아껴두고, 인하 기대감을 키우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추경 관련 국채 매입 발표 시기는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채 매입은 한은이 금통위를 거치지 않고 결정할 수 있다. 시장이 불안하면 한은이 바로 대응에 나설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시장이 안정된 모습을 보일 경우 금통위까지 발표가 미뤄질 수 있다. 지난번 국고채 매입 계획은 4월 금통위 기자간담회에서 이주열 한은 총재가 공개했다.

hwr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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