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대한항공이 국책은행 지원에 이어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서는 방안까지 확정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심화한 유동성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지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대한항공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무급휴직과 송현동 부지·왕산마리나 매각, 1조2천억원에 달하는 국책은행 지원까지 이끌어 내며 위기에 대응해왔지만, 업황이 극도로 침체된 현 상황을 고려하면 자체적인 자본확충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다만, 자구안의 핵심인 1조원에 달하는 유상증자를 위한 발판을 마련한 만큼 대한항공도 향후 유동성 문제 해결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한항공은 13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서는 안건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구체적인 발행 주식 수와 규모, 진행 절차 등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추가 공시를 통해 밝힐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지원을 요청하면서 연내 3조8천억원 수준의 자금 부족이 예상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산은과 수은은 지난달 24일 운영자금 2천억원 지원과 화물운송 자산유동화증권(ABS) 7천억원, 영구 전환사채(CB) 3천억원 등 총 1조2천억원 규모의 긴급 지원 방안을 내놨다.

당시 최대현 산은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5월 중순 경에 대한항공은 유동성 어려움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고 그 이전에 자금 지원을 집행할 예정"이라며 "하반기에 만기 도래하는 2천억 규모의 회사채도 신청할 경우 신속 인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대한항공이 올해 갚아야 할 금액은 차입금은 회사채와 ABS 등을 합쳐 총 4조원에 달한다.

이중 상반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금액은 1조2천억원 수준이다.

상반기 부족 자금의 경우 국책은행의 지원을 통해 감당할 수 있게 됐지만, 업황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는 하반기 유동성 관리 여부까지 낙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다만,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확정한 데다 5천억원에 달하는 송현동 부지 매각, 자회사인 왕산마리나 등의 매각이 진행 중인 만큼 대응 여건은 어느 정도 갖춰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산은 등이 영구CB의 전환권 행사와 추가 지원의 가능성 등 다양한 옵션을 열어두고 있는 점과 시중 은행들도 만기 연장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점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다만, 아직까지 업황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점은 여전히 대한항공의 유동성 위기를 둘러싼 리스크로 평가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부족 자금을 해결한 데다 증자에도 나서면서 하반기를 버틸 수 있는 기초체력은 갖추게 됐다"면서도 "다만, 최근의 둔화한 투자 심리를 고려하면 증자와 자산·사업부 매각 등의 절차가 부드럽게 진행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항공정비와 기내식 등 나머지 사업부에 대한 매각 여부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라며 "업황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이 논의에도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대한항공은 최근 급등한 화물운임을 바탕으로 최소한의 수익을 내는 데 집중하곤 있지만, 장래 매출채권을 기초로 발행해 둔 ABS 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결국 주력인 여객부문이 본궤도에 오르는 것이 절실하다.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소강 국면을 보여 반등 기대감이 커진 가운데 이태원발 집단 감염 사태가 터진 점도 부담을 재차 키우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대한항공이 올해 1분기에 적자를 낸 것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2분기에는 적자 규모가 더욱 커질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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