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우리은행이 한동안 주춤했던 원화 커버드본드 발행의 첫 스타트를 끊었다. 다른 은행들도 올해 원화 커버드본드 발행계획을 내놓고 있지만, 바뀐 시장환경에 기존 발행계획을 철회하는 곳도 생겼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12일 2천억원 규모로 5년물 이중상환청구권부채권(커버드본드)를 발행했다. 지난해 발행한 원화 커버드본드 발행금리인 연 1.69%보다 낮은 1.44%로 발행됐는데도 발행 규모를 넘어서는 수요가 몰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채권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올해 원화 커버드본드 발행이 자취를 감추는 모양새였으나 우리은행부터 다른 은행들까지 원화 커버드본드 발행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은행들이 대출 취급을 늘리면서 예수금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 전개된 영향이다. 커버드본드 발행은 자금조달 다변화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국고채와 은행채 간 스프레드가 커지면서 금리 절감 효과를 누릴 수도 있다는 평가다. 보통 커버드본드 금리는 국고채와 은행채 금리 중간 수준에서 결정된다. 코로나19 이후 채권시장 안정대책이 쏟아지고 코로나19 확산 둔화 기대로 은행채 금리도 지난해 말보다 낮아지며 조달금리가 내려가기도 했다.





◇ 눈치보기 여전…금융규제 완화에 발행유인 약화

일부 은행들은 자금조달이 흥행을 이어갈 수 있을지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지난 11일 SC제일은행도 올해 원화 커버드본드를 5천억원 한도 내에서 발행하겠다고 했다. 작년에는 1조원 한도 내에서 발행하기로 해 총 8천억원 커버드본드를 발행했다. 구체적인 발행 일정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

수협은행도 오는 6월 금융감독원에 원화 커버드본드 등록신청서를 제출하고 3천억원 내로 커버드본드 발행까지 계획하고 있지만, 실제 발행될지는 불분명하다. 현재까지는 커버드본드 발행을 위한 법률자문만 받아놓은 상태다. 원래 지난 3~4월 원화 커버드본드를 발행하기로 했지만 코로나19로 채권시장에 변동성이 커지면서 커버드본드 발행계획을 잠시 미룬 바 있다.

은행들이 원화 커버드본드 발행에 쉽사리 뛰어들지 못하는 이유는 코로나19 재확산 등 아직 금융시장을 둘러싼 여건이 불확실하다. 은행채의 신용스프레드, 절대금리 수준에 따른 투자수요 등이 언제든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채권시장뿐 아니라 금융당국 규제 등 국내 상황도 변하면서 기존 커버드본드 발행 계획을 철회하는 곳도 생겼다.

하나은행은 올해 2조원 규모로 커버드본드를 발행하려고 했는데 현재 해당 계획을 철회한 상태다. 커버드본드를 발행할 유인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금융당국이 은행 예대율 규제 적용을 내년 6월 말까지 유예하고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도 100%에서 85%로 낮춰주면서 당장 자금 조달의 필요성이 떨어졌다. 여기에 핵심저금리성예금과 시장금리부 수시입출금식예금(MMDA) 등 저금리성 예금이 눈에 띄게 늘면서 커버드본드 발행 유인도 약해졌다. 하나은행은 올 1분기에 분기대비 핵심저금리성 예금이 5.8%, MMDA가 13.8% 증가한 실적을 보였다.

◇ 외화 커버드본드 시장에도 눈 돌린 국민銀

국민은행은 외화 커버드본드 시장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외화 커버드본드를 총 6억유로 상당액(6천688억원) 한도 내에서 한차례 또는 여러 차례에 걸쳐 발행할 수 있도록 커버드본드 프로그램을 업데이트했다.

외화 커버드본드 발행을 통해 만기 도래한 원화 부채 또는 외화 부채를 상환하거나, 원화로 환전해 장기·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로 전환해 가계부채 구조개선을 도모하는 등 원화 목적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기업들이 현금을 조달해야 하는 시기라 외화채권시장이 활발하고 외화 커버드본드는 안정성 측면에서 투자수요가 있다"며 "또 국민은행 채권등급이 높게 나와 조달금리가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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