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강수지 기자 = 박스권 장세에 갇힌 달러-원 환율은 증시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등락하고 있다. 최근 뉴욕 증시 상승세에 제동이 걸리면서 상승세가 한계에 달했다는 진단이 속속 나오는 가운데 달러-원 환율에 본격적인 상승 재료로 작용할지 관심이 쏠렸다.

14일 서울 외환시장 참가자들에 따르면 최근 달러-원 환율은 방향성을 결정할 동력이 부재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경기 바닥론과 주요국 경제 재개 기대에 위험자산 선호 분위기가 살아나는가 싶다가도 다시 확산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 우려 증폭 등 양방향 재료가 혼재해 있기 때문이다.

재료가 한쪽으로 쏠림 없이 대립하는 가운데 최근 달러-원 환율은 코스피 등 국내 증시 흐름에 긴밀하게 연동하고 있다.

코스피 지수와 달러-원 환율의 등락 추이를 살펴보면 강하게 연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2020년 코스피(파랑)·달러-원(검정) 등락 추이 비교>

5월 들어 전일까지 코스피와 달러-원 환율의 상관계수는 마이너스(-) 0.90에 달했다.

상관계수는 두 집단이 연동되는 강도를 -1부터 1까지 숫자로 나타낸 것이다. 절대값이 클수록 두 집단 간 상관성이 크다고 해석할 수 있고 마이너스 수치는 역의 상관관계를 의미한다.

지난 3월 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충격파를 받을 당시 달러-원과 코스피는 상관계수가 -0.96에 달하며 거의 동일한 움직임을 보여줬다.

이후 국내 코로나 확산세가 진정되고 달러-원과 코스피 상관성이 떨어지면서 4월에는 상관계수가 -0.22까지 약화하기도 했다.

달러-원이 다시 코스피에 강하게 연동하기 시작한 것은 4월 중하순 이후다.

A 은행의 외환 딜러는 "4월 증시 반등이 달러-원을 이끈 주요 재료"라면서도 "최근 그 재료도 다 써버린 상황이라 악재가 나오면 레인지도 다시 뚫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그동안 국내 코스피 지수의 완만한 상승을 이끌었던 미국 증시 상승세가 한계에 달했다는 인식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미국 증시가 다시 하락할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뉴욕을 제외한 미국 전역에서 감염자 수가 증가하고 있고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급반등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 삭스는 향후 3개월간 미 증시가 18% 하락할 것이라며 ▲뉴욕 외 감염자 수 증가와 ▲더딘 경제회복 ▲은행의 현금 비축 ▲배당금 축소 ▲미국 대통령선거 ▲미중 갈등 등을 증시 반등의 발목을 잡는 요소로 꼽았다.

여기에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마이너스(-) 금리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발언하면서 실망이 커졌다.

국내 환시 참가자들은 미국 증시 하락이 국내 증시를 거쳐 달러-원 환율에 어떤 파급효과를 미칠지 주목했다.

미 증시가 급격하게 조정을 받아 코스피가 1,800선 아래로 내려갈 경우 달러-원이 1,240원까지 상단을 높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B 은행의 외환 딜러는 "달러-원이 올라도 1,240원 위는 어렵다고 본다"며 "그 정도 오르려면 코스피가 1,800선은 깨고 내려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1,225원 위에서는 계속 무거운 모습"이라며 "현재는 동력이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불확실성 재료가 혼재함에도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이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여 미 증시의 급격한 조정 가능성이 크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었다.

C 은행의 외환 딜러는 "아무래도 시장이 불안하면 달러-원이 추가 상승을 시도할 수 있다"면서도 "지금 분위기로 봤을 땐 매우 안정적인 흐름이라 미 증시가 급격히 하락하는 것이 아니라 점차 조정받는다면 달러-원도 크게 오르긴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1,230원대에서 저항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s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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