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서울 채권시장에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보는 시각에 변화가 감지된다.

이전에는 기준금리 인하로 나타날 시중금리의 하락과 경기 부양 효과를 기대했다면, 이제는 양적완화(QE)를 위한 도입 단계로서의 인하를 기다리는 모양새다.

기준금리의 수준이 금리 인하 효과가 사라지는 한계선을 의미하는 실효하한에 근접해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14일 채권시장에서는 급증한 채권 물량을 흡수하기 위해 한은이 어떤 형태로든 나설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채권 공급 물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1~3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과 40조 원의 기간산업안정기금 조성 등으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특수목적법인(SPV)을 통해 간접적으로 회사채를 매입할 계획이고 기간산업안정기금 채권 물량도 어느 정도 소화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시장에서는 이런 조치가 근본적인 대응이 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여전히 3월 저점 대비 높은 수준이다.

또 연합인포맥스 국가별 정부채 금리(화면번호 6543)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고채 10년 금리는 미국과 독일·영국 등 주요국은 물론 호주, 태국보다도 높다.

기준금리를 더 내린다면 장기금리도 떨어지겠지만 이미 기준금리 인하 정책은 한계점에 가까워졌다. 현재 기준금리 수준인 0.75%는 시장에서 짐작하는 0.25~0.5%의 실효 하한에서 멀리 있지 않다.

우리나라 기준금리의 실효하한은 미국이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도입하더라도 특별히 더 낮아질 것이 없다는 의견도 나오는 상황이다.

시중은행의 한 채권 딜러는 "미국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과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별개의 문제"라며 "기준금리가 0.5%나 0%나 크게 차이가 없는데 그동안의 선입견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장기 금리를 낮추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한은이 국고채 단순매입으로 채권 물량을 흡수하는 방법이다. 다만 여타 시장 금리의 출발점이 되는 기준금리를 그대로 두고 단순매입만 할 경우 금리를 하락시키는 효과가 제한되기 때문에 본격적인 단순매입에 나서기 이전에 기준금리를 실효하한까지 내려야 한다.

남은 기준금리 인하가 양적완화의 도입부로 이해되는 이유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채권시장에서 한은의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양적완화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며 "기준금리가 실효하한에 닿는다면 금리 이외에 양적완화를 본격화할 수 있는 카드에 대해 시장과 한은이 고민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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