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시중은행이 판매한 사모펀드 중에서 올해 들어 환매가 중단된 규모만 1조원을 넘어섰다. 불완전판매를 두고 법적 다툼이 예고돼 은행이 충당금을 충분히 반영하진 않았지만, 최근 고객과의 '사적 화해'를 강조하는 분위기를 고려하면 하반기 은행들의 충당금을 늘리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환매가 중단된 사모펀드 중에서 은행이 판매한 규모만 1조1천136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는 신한은행이 3천600억원을 넘어서며 가장 큰 규모의 펀드가 환매 중단됐다. 특히 신한은행은 라임자산운용의 크레디트인슈어(CI) 펀드만 2천713억원가량 돌려주지 못하고 있다. 아름드리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와 장하성 주중대사의 동생 장하원 대표가 운영하는 디스커버리운용의 미국 부동산 채권 펀드도 각각 240억원, 651억원 물렸다.

우리은행이 판매한 펀드 중에서 올해 환매가 중단된 것은 라임펀드(3천577억원) 뿐이다. 다만 전체 규모로는 신한은행의 뒤를 이었다.

하나은행은 이탈리아 헬스케어펀드 1천528억원과 라임펀드 871억원이 상환 중단됐다. 디스커버리자산운용 채권신탁도 240억원 환매가 멈췄다.

기업은행은 디스커버리자산운용 펀드를 집중적으로 팔아 총 914억원 환매가 중단됐다.

그밖에 라임펀드를 판 경남은행과 농협은행, 산업은행도 펀드 환매중단 은행에 이름을 올렸다.

이 중에서 라임펀드와 이탈리아 헬스케어펀드는 판매사 주도의 배상이 논의되고 있다.

우선 우리·신한·하나은행 등 라임펀드 7개 판매 은행은 투자자에게 예상 손실액의 30%를 우선 보상하고 묶여 있는 펀드 자산 평가액의 일부를 가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하나은행은 이탈리아 헬스케어펀드에 대해 50% 수준의 가지급금을 결정했다.

그동안 판매사인 은행은 선제 배상에 소극적이었다. 자본시장법상 손실 보전 금지 조항에 위배될 수 있어서다.

하지만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높게 본 금융당국이 판매사의 자율 배상을 강조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작년 하반기부터 문제가 된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와 독일 헤리티지펀드 역시 판매사가 50% 안팎의 가지급금을 결정한 것도 이런 이유다.

특히 라임펀드가 희대의 금융사기로 언급되면서 금융당국은 조기 사태해결을 위해 최근 은행에 펀드 손실에 대한 판매사의 선제 배상을 문제 삼지 않겠다는 내용의 비조치의견서를 전달했다. 자본시장법상 판매사가 위법 가능성이 불명확한 경우 사적화해 수단으로 손실을 보장해도 된다는 얘기다.

사적 화해는 결국 비용이다. DLF와 헤리티지, 라임 등 지난해 하반기부터 환매가 중단된 사모펀드는 3조원에 육박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은행권은 사적 화해를 위해 조 단위 충당금을 쌓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당국이 사적화해를 문제 삼지 않는 분위기지만, 법적 분쟁이 진행될 수 있어 손실 반영을 일부러 당길 필요는 없다"면서 "이르면 연말 실적에 반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문제는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며 다른 사모펀드의 환매중단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는 점"이라며 "상품구조가 다양해지며 미래의 가치를 담보로 한 구조화 상품이 많아졌다. 이번이 상품을 솎아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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