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주가가 급락하면서 KB금융지주가 보유한 자사주 가치가 석 달 새 3천억원 가까이 증발했다. 국내 금융지주 중에서 처음으로 소각에 나서는 등 그동안 적극적인 자사주 플레이에 나섰던 KB금융의 고민도 깊어지게 됐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KB금융이 보유한 자사주는 총 2천617만3천585주다. 전일 종가(한 주당 3만1천원) 기준으로 단순계산하면 8천113억8천113만5천원이다.

KB금융은 그간 4차례에 걸쳐 자사주를 사들였다. 지난 2016년 2월과 8월, 2017년 11월과 2018년 12월에 사들인 자사주는 총 1조4천억원에 달한다.

적극적인 주가 안정과 주주가치 제고가 이유였다.


윤종규 회장은 지난 2014년과 2015년 연이어 우리파이낸셜과 LIG손해보험을 사들였다. 지금의 KB캐피탈과 KB손해보험이 된 이들을 주식교환을 통해 완전 자회사화하는데 2천161억원의 자사주를 활용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자사주 1천억원을 소각했다. 전체 발행주식의 0.55%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자사주 소각은 삼성전자 등 다른 산업군에선 자주 활용되는 주주환원 정책이다. 소각으로 전체 주식수가 줄어드는 만큼 주당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자사주를 활용할 수 있는 마땅한 M&A 물건을 찾지 못한 KB금융은 주주들의 가치를 부양하는 데 자사주를 썼다. 저성장과 저금리가 고착화한 영업 환경에서 금융지주가 자사주를 활용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법이었다.

KB금융이 자사주를 매입하기 시작한 이래 지난 4년간 약 3천억원을 활용했음을 고려하면 나머지 잔존가치는 1조1천억원 정도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주가에 직격탄을 날리면서 자사주의 평가이익도 급감했다.

실제로 KB금융은 지난 3월 20일 주당 2만5천850원을 기록하며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들이닥치며 기록했던 역대 최저치 2만1천650원과 불과 4천원밖에 차이 나지 않는 가격이었다.

KB금융이 자사주 보유 수량 기준으로 1조1천억원의 평가이익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주당 4만2천원 수준의 주가를 회복해야 한다.

주가가 쌀 때 자사주라도 매입하면 좋겠지만, 이는 금융당국의 제동으로 녹록지 않다. 최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국내 금융 그룹에 배당금 지급과 자사주 매입을 중단해 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실물 경제에 자금 중개 기능을 늘려야 할 금융지주가 자사의 배를 불려서는 안 된다는 논리에서다.

KB금융과 하나금융 등 금융지주가 연이어 자사주 매입을 위해 금감원 문을 두드렸지만, 금융당국의 메시지는 단호했다.

다만 지침이 내려지기 전 간발의 차로 1천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과 소각을 결정한 신한금융은 예외였다. 지난 4월 27일부터 자사주 매입에 돌입한 신한금융은 이에 힘입어 최근 20일 기준 주가 낙폭이 다른 금융지주보다 덜하다.

시장에선 KB금융이 쌓여있는 자사주를 어떻게 활용할지 관심이 크다. 국내 비상장사인 푸르덴셜생명을 2조2천650억원에 사들이는 데는 자회사 배당과 사채 발행 등을 통한 현금 재원만 사용할 수 있어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2월 말 수준까지 주가가 되돌려져야 이전 수준의 자사주 평가이익을 회복할 수 있다"며 "쌓여있는 자사주 활용이 숙제인 KB금융으로선 자사주를 활용할 수 있는 M&A가 또 필요해졌다. 직접적인 M&A 이외에 주주 간 거래를 통한 제휴 등 전략적 투자자를 찾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내다봤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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