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손지현 기자 = 시중은행들이 기업들의 지난해 사업보고서 등을 근거로 신용평가작업을 시작한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을 어떻게 반영할지를 두고 고민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시중은행들은 기업고객에 대한 신용평가작업을 1년에 1~2회 정도 한다. 대부분 3월 결산월을 기준으로 4개월가량 대기업부터 중소기업, 개인사업자(SOHO) 고객에 대한 신용을 실시한다.

지난 3월 발표한 전년도 사업보고서를 기반으로 이미 나간 여신을 점검하는 차원으로, 기업고객의 은행 자체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추후 대출금리가 상승하거나 일부 상환을 요구하기도 한다.

은행들은 해당 지표를 기준으로 충당금을 추가로 쌓기도 한다.

해당 작업은 주로 은행 리스크관리부서에서 진행된다. 대기업고객과 중견기업고객의 경우에는 은행 본부부서에서, 소기업고객과 소호고객의 경우에는 은행 영업점부서에서 주로 실시하게 된다.

재무와 비재무 지표 모두를 평가하게 되는데 좁게는 재무제표, 기업의 사업계획서에서 넓게는 지식재산권, 기업 방문으로 얻는 정성적 자료 등이 포함된다. 평가비중은 재무지표가 좀 더 크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라는 전무후무한 새로운 변수가 생겼다.

코로나19 사태로 다수 기업의 민간신용평가사 신용등급이 차례로 강등되거나 강등 위기에 놓인 상황이다. 자동차, 정유·화학, 철강 등 기간산업은 물론 이동제한과 소비 직격탄을 맞고 있는 항공·호텔·유통산업, 금융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은행의 자체 신용평가 모델에 제대로 반영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자체가 개별기업의 위험이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 전반적인 리스크의 경우 정확하게 측정하기도 어려울뿐더러 기업고객의 신용을 평가하는 모델에도 제대로 포함되어 있지 않다.

기업의 부실지표인 대출 연체도 즉시 나타나는 게 아니고, 나타난다고 해도 바로 은행이 인지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제대로 평가하기 쉽지 않다.

기업의 민간신용등급이 하락하더라도 그것이 은행의 신용평가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지도 않는다. 은행마다 차이가 있지만,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과 다른 요소를 함께 고려하기 때문에 크게 중요한 요소가 되지는 못한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코로나19 사태가 기업에 현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진행하고 있는 기업신용평가에 정확하게 반영되지 못할 것"이라며 "연체 또한 바로 생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까지 위험이 이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코로나19 대출이 실행되고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부실이나 연체 등이 눈에 띄게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며 "올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부터는 코로나19 관련 리스크가 은행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jhson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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