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기자 = 금융당국이 그동안 정책 사각지대에 놓였던 하위 등급의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매입 지원을 결정하면서 그 정책 효과에 시장참가자의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책이 여전채의 추가 약세를 막아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신용등급이 낮은 구간에서 크레디트 스프레드는 정책 효과보다는 경기 회복에 더 민감하게 반응해 비우량물의 온기를 확인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는 내달부터 'AA-' 등급 이상이었던 여전채 매입 대상 기준을 'A+' 등급으로 확대한다.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는 'A-' 등급까지 지원 범위를 넓힐 방침이다.

이 가운데 카드채가 사실상 AA0 등급 이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매입 대상 완화 조치로 양극화에 빠진 낮은 등급의 캐피탈채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됐다.

전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캐피탈채 가운데 비교적 신용등급이 양호한 AA- 등급 구간에서는 신용스프레드 축소세가 나타났다.

연합인포맥스 일별 장외거래내역에 따르면 전일 만기가 1년 이상 남은 AA- 등급 하나캐피탈이 발행한 여전채는 민평금리 대비 6.4bp 낮은 1.537%에 거래됐다. 이 외에도 신한캐피탈과 KB캐피탈이 발행한 22년 3월 만기인 AA- 등급 캐피탈채도 각각 3.0bp 강한 1.645%, 1.637%에 거래됐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지난주 금요일부터 은행 계열 중심으로 캐피탈채까지 만기가 1년~1.5년 구간에서 매수가 많다"며 "비은행은 AA- 이상에서 조금 거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증권사의 한 채권 중개인은 "은행 계열 캐피탈채까지는 온기가 따뜻하고 롯데캐피탈(AA-)도 거래가 잘됐다"며 "다만 싱글 A 등급 캐피탈채는 아직도 거래가 잘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과거 2008년 채안펀드 역시 여전채의 경우 'AA-' 이상의 우량채권을 대상으로 1차 운용을 시작했지만, 그 이후에 투자 범위를 확대해서 운영했다.

당시에도 매입 대상을 확대하면서 추가 수요가 유입해 크레디트물 등급 전반에 걸쳐 강세 효과를 누렸다는 의견도 있었다.

다만 하위 등급 크레디트물은 경기나 펀더멘털 리스크 영향에 직결되는 만큼 정책 기대감만으로 회복세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량물은 전체적인 펀더멘털이나 특정 그룹 차원의 지원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비우량물은 등급 강등을 비롯한 리스크 회피 성향이 짙다"고 말했다.

한 연구원은 "저등급 기업과 이들에게 대출한 캐피탈사 실적 우려가 줄어야 하는 만큼 경기 반등이나 바이러스 확산세 둔화가 확인돼야 하위 등급에도 매수가 강하게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안펀드 실제 운용 문제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지난 4월에 출범한 채안펀드가 지나치게 수익성을 생각해 소극적으로 운영되면서 막상 시장 기능을 회복시키는 역할에서 한계점을 노출했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 채권 운용역은 "채안펀드 역할에 대해 시장참가자들은 그다지 신뢰하고 있지 않다"며 "당국의 정책 의지와 실제 운용이 달라 실제 매수 여부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시장에 큰 효과를 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ybn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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