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다음 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외국인 투자자가 국채선물을 대거 사들여 눈길을 끌고 있다. 외국인이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강하게 베팅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 베팅이 또 실패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0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들어 전일까지 3년 국채선물을 4만계약가량 순매수했다. 국내 기관이 3만8천계약가량 매도한 것과 상반된 흐름이다.

외국인이 금리 인하 전망에 베팅한 사례는 올해 2월 금통위를 꼽을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초기에 열렸던 금통위에서 외국인은 금리 인하를 전망했다. 금통위 전일까지 외국인이 사들인 3년 국채선물은 7만7천계약에 달했다.

다만 금통위는 2월에 금리를 동결했고, 3월이 돼서야 임시 금통위를 개최하고 금리를 내렸다. 재정정책과 공조 등 금리 인하 효과 극대화를 위해 금통위가 반 박자 늦게 움직이면서 외국인의 예상은 빗나갔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3월 임시 금통위 기자간담회에서 실기론 비판과 관련 "당시도 금통위가 사태를 엄중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제로금리 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준금리 하향의 타이밍이 중요하다"며 "잘 짚어보시면 지금이 타이밍은 훨씬 적기라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다"고 답했다.

이번 금통위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금융시장이 다소 안정을 찾은 상황에서 금통위가 인하 효과 극대화 시점을 모색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내달 초 공개되는 3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과 공조를 고려하면 7월 금리 인하가 적절하다는 시각도 있다.

작년 두 차례 금리 인하의 사례를 봐도 외국인의 적중률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시장 예상보다 금통위가 빠르게 금리를 내렸던 작년 7월, 금통위 하루 전까지 외국인 3년 국채선물 포지션은 약 1만 계약 순매도로 기준금리 방향과 엇갈렸다.

지난해 10월에는 금통위 하루 전까지 외국인이 약 1만6천600계약 순매수해 방향을 맞췄다. 국내 기관이 1만1천계약 판 점을 고려하면 외국인이 금리 인하 가능성을 더 높게 본 셈이다.

다만 외국인의 금리 인하 베팅은 시계를 확장해서 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조달금리 자체가 국내기관보다 낮아 역마진 가능성이 크지 않고, 환 수익도 손실을 완충할 수 있어서다.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외국인 기관 입장에서는 이달 헛발질해도 별로 지장이 없다"며 "조달 금리 자체가 낮고 환 수익도 버퍼(완충장치)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의 채권 딜러는 "외국인이 강하게 베팅하면서 시장 분위기도 점차 변하는 모양새다"며 "시장이 더 강해지면 금통위 결정에도 파급효과를 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달 들어 투자자별 3년 국채선물 거래 추이, 출처:인포맥스(화면번호:3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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