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인터넷전문은행의 여신 건전성이 심상치 않다. 주요 은행과 다르게 연체율이 상승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력을 가장 크게 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국내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39%를 기록했다.

지난 1년 전 대비 0.06%포인트가 낮아졌다. 가계 부문에서 신용대출 등 비주택담보대출만 따지면 연체율이 0.44%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0.02%가 하락했다.

그러나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의 지표는 이러한 움직임과 대비된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1분기 0.16%의 연체율을 보였다. 이후 분기마다 꾸준히 상승해 올해 1분기에는 0.20%를 기록했다.

카뱅의 여신 건전성은 작년 초만 해도 업계 최고 수준이었다. 2위인 국민은행과 격차가 0.12%포인트에 달했다. 이 차이는 갈수록 좁혀져 작년 말에는 2위인 하나은행과 0.01%포인트에 불과하다. 연체율 절대수치는 시중은행에 비해 양호하지만, 상승률 자체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케이뱅크는 상황이 좀 더 나쁘다. 작년 1분기에는 연체율이 1%를 밑돌았으나 연말에는 1.41%까지 높아졌다. 아직 올해 1분기 지표가 공개되지 않았는데, 총여신 감소와 연체율 부진이 동반 목격된다. 케이뱅크의 가계 신용대출은 지난해 6월 1조5천800억원 수준에서 정점을 찍고 1조4천억원 초반대까지 후퇴했다.

대형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은행법에 규정된 비대면이라는 영업의 특성상 가계 신용대출의 여신 포트폴리오가 몰려있다"며 "불경기 속에서 쉬운 대출을 했던 차주들에서 취약점이 드러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카뱅과 케이뱅크의 주요 고객층이 청년층에 집중됐다는 점에서 향후 우려가 커진다. 코로나19의 여파가 청년층의 신용위험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나라살림연구소가 KCB(코리아크레딧뷰로)가 제공한 20대 이상의 개인 대출현황(4천698만명)을 분석한 결과, 20대와 30대의 지난달 신용대출 연체액은 전월보다 각각 2.18%와 2.88% 증가했다.

반면, 40대, 50대는 연체금액이 각각 0.49%, 0.11% 상승에 그쳤다. 60대 이상은 연체액이 감소했다. 코로나19가 금융 취약계층에 더 큰 영향을 끼치는 셈이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20대와 30대는 취업이 늦어지고 아르바이트 등에서 해고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소액의 신용대출 상환 등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시중은행들은 연체율이 우려되는 시기에는 담보대출이나 우량대기업 대출을 늘리는 방법으로 연체율을 관리한다. 국내 인터넷은행들은 아직 관련 대출을 취급할 만한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대응이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김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올해 1분기 이후 은행 대출채권 부실화 우려가 크다"며 "신용대출은 부실화시 충격이 커 은행들이 이 비중을 지속적으로 축소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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