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통화정책 훈수를 서울 채권시장 참가자들이 곱씹고 있다.

작년과는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 것으로, KDI의 시장 영향력 확대는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공조 필요성이 커진 것과 관련이 큰 것으로 평가됐다.

21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KDI는 전일 공개한 '2020년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통화정책은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와 물가 하방압력에 대응해 가급적 이른 시기에 기준금리를 최대한 인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 기준금리 인하만으로는 경기가 회복될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향후 국채 매입을 비롯한 비전통적 통화정책 수단도 동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 주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나온 KDI의 제언은 서울 채권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줬다. 금리 인하와 동결 뷰가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시장 참가자들은 '가급적 이른 시기'라는 문구에 주목했다.

A 시중은행의 한 채권 운용역은 "통화정책에 대한 정부 의중을 알고 싶었다"며 "정책 공조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상황에서 KDI 주장은 무게감이 있다"고 말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KDI 제언은 채권시장에서 크게 힘을 쓰지 못했다.

저금리에 따른 금융 불균형을 고려해야 한다는 국제결제은행(BIS) 논리와 물가 목표와 경기에 집중해야 한다는 KDI 주장이 금통위에서 맞서면서 KDI 조언이 정책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KDI 관계자는 2017년 12월 경제전망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은 좀 이른 판단이었다고 지적하면서 정면 대립하는 모습도 보였다.

다만 올해 들어서 상황이 바뀌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급락을 막기 위한 대응이 시급해졌고, 한은은 정부와 정책 공조로 효과 극대화를 모색하고 있다. 금통위도 정부 신호에 귀를 기울일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KDI가 독립적으로 의견을 내지만, 정부 의중도 일부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확대재정에 적자국채 발행 급증이 예고된 점도 채권시장 참가자들이 통화정책 관련 정부 의중에 귀를 기울이는 이유다.

내달 초 공개되는 3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은 30조 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당장 적자국채를 대거 발행해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한은의 금리 인하가 조달 비용을 낮출 수 있다"며 "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나 재정적자 같은 국가 신용등급에 핵심적인 지표 관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일본이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이 장기간 제로금리를 유지하는 배경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hwr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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