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금융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 대응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V)으로 투기등급 회사채(정크본드)까지 매입하기로 하면서 회사채 시장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SPV의 본격적인 설립과 자금 집행은 하반기에나 시작될 것으로 보이지만, 당국이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밝힌 것만으로도 시장 안정에는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사례를 통해서도 이런 기대를 가질 수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와 한은은 전일 10조 원 규모의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을 위한 SPV 설립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에서 특기할 만한 점은 당국이 처음으로 투기등급인 'BB' 등급 회사채를 매수할 수 있다고 밝혔다는 점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투자등급에서 투기등급으로 하락한 '타락천사' 채권만을 대상으로 한 조치이기는 하지만 투기등급인 정크본드의 매입은 전례가 없었던 파격적인 조치다.

SPV의 실제 회사채 매입은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이 국회를 통과한 올해 하반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당국의 발표만으로도 회사채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는 큰 효과를 낼 수도 있다.

이번 조치의 기대 효과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사례를 통해서 추측해 볼 수 있다.

미 연준은 지난 3월 회사채 매입 프로그램인 '세컨더리 마켓 기업 신용 기구(SMCCF)' 계획을 발표하고 4월에는 코로나19로 타락천사가 된 정크본드를 매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연준이 실제 회사채 매입을 시작한 것은 두 달 뒤인 5월 12일이지만 계획 발표만으로 회사채 시장에는 막대한 시중 자금이 들어왔다.

정부에 구제 금융을 요청했던 보잉은 250억 달러(약 30조5천억 원)의 회사채 발행에 성공했고, 정부에 대한 구제 요청은 철회했다. 연준이 돈 한 푼 쓰지 않고 회사를 구한 셈이다.

지난 3월 S&P에 의해 신용등급이 'BBB-'에서 정크 등급인 'BB+'로 강등된 포드도 연준의 조치로 벼랑 끝에서 살아난 경우다.

김민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당국이) 'AA' 이상의 우량 등급뿐만 아니라 'A' 이하부터 'BB' 등급까지도 매입할 수 있다고 했는데, 연준의 폭넓은 매입 정책처럼 우리도 충분한 시장 안정 의지를 보여줬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김상훈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대출기구는 아직 한도가 많이 남아있고, CP 매입기구는 시작도 하기 전에 시장이 안정됐다"며 "대책을 내놓은 것만으로도 안정이 된 사례를 고려하면 우리나라도 실제 단행은 늦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정크본드 매입에 나서면 투자등급과 투기등급 채권의 경계가 흐려질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포드는 정크 등급으로 떨어진 이후인 지난 4월에도 회사채 발행으로 80억 달러를 조달한 바 있다.

다만 개별 종목의 상황과 달리 전반적인 시장의 경계가 허물어지는지의 여부는 투자등급과 투기등급 회사채의 스프레드로 확인할 수 있다.

민평 3사 기준 'BBB0'등급과 'BB0'등급 회사채의 스프레드는 전일 370.6bp를 나타냈다. 아직은 최근 몇 년간의 흐름에서 큰 변화가 없는 안정적인 흐름이다.



<1년물 기준 'BBB0'등급(검정)과 'BB0'등급(빨강) 회사채 금리 추이. 아래 실선은 스프레드>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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