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서울외환시장에서 월말이면 다가오던 수출업체 네고 물량의 '매물 벽'이 얇아졌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수출이 수개월 째 위축된 데다 불확실성에 달러를 비축해두려는 기업들의 불안 심리가 가세하면서 시중에 달러 공급이 이전같지 않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1일 서울환시 등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이달 들어 단 이틀을 제외하고 꾸준히 상승세를 나타낸 가운데 장중 고점과 저점은 이날까지 4거래일 연속으로 높아져 1,230원대 안착했다.

그간 꾸준히 1,230원대에서 추가 상승이 막히며 저항을 확인했으나 통상적으로 월말이 다가올수록 네고 물량 우위에 상단이 눌리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실제로 기업들은 최근 안전자산 선호 분위기 속에 달러 쌓아두기에 여념이 없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외국환 은행의 거주자 외화 예금은 전월보다 28억9천만 달러 증가한 781억8천만 달러를 나타내 2개월 연속 증가했다.

기업의 외화 예금이 619억8천만 달러로 전월 대비 26억3천만 달러 증가한 가운데 특히 기업의 달러화 예금은 535억9천만 달러로 78.8%를 차지했다. 지난해 4월 78.9%를 나타낸 이후 1년 만에 가장 큰 비중이다.

전체 달러화 예금은 전월 대비 35억4천만 달러 늘어난 680억 달러를 나타냈다.

여기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2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 가능성이 커졌고 유가 하락으로 석유제품, 승용차 등 수출 부진의 골은 더욱더 깊어지고 있다.

관세청은 이달 1~20일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3% 급감한 203억2천만달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여파가 본격화하며 승용차와 석유제품에서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조업 일수를 고려한 하루평균 수출액도 20.3% 줄어 15억1천만달러를 나타냈다.

김효진 KB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재정수지와 경상수지를 이용한 달러추정' 보고서에서 "원화는 달러의 약세 전환 시점의 지연,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 축소, 미중 갈등, 그리고 국내 보험사 해외투자 한도 확대 등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올해 연말 달러-원 전망을 기존 1,155원에서 1,185원으로 상향 조정했고 연평균 환율도 1,187원에서 1,206원으로 20원가량 상향했다"고 분석했다.

서울환시 참가자들도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달러가 줄어든데다 기업들이 달러 매도를 꺼리고 있는만큼 달러-원 환율 상단이 점진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수급이 만만치 않다"며 "수출은 잘 안 되는데 수입은 우리나라가 경제 봉쇄를 제한적으로 해서 수출만큼 줄지 않아 경상수지가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 연구원은 "여기에 외국인이 국내 주식 순매도 우위를 이어가고 있고 연금 등 해외 투자 수요는 계속 이어져 수급상 달러 공급 우위는 많이 약화돼 달러-원 하단이 단단해 보인다"고 말했다.

주간 단위로 1차적인 저항은 지난달 21일 고점인 1,240.90원으로 봤고 2차적으론 1,250원까지 높아질 수 있다.

A외국계은행의 외환 딜러는 "환율 수준이 다소 높다는 인식은 있지만 심리와 별도로 달러-원 시장은 지금 우리나라의 수출 부진을 나타내주는 시장이라고 본다"며 "확실히 네고 물량이 약화된 것이 보이는데 외화 예금을 보면 기업들이 불안하니 대비 차원에서 달러를 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레인지가 깨지려면 달러-원이 가격대 아래로 가면 급히 팔고 위로 가면 급히 사야 하는데 아직은 사려는 세력이 먼저 나오고 있다"며 "역외 시장 참가자들도 실물량이 와서 환율을 아래로 끌어내리지 않으면 선제적으로 달러를 매도하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B외국계은행 외환딜러도 "달러-원 1,230원 안착은 다른 통화와 달리 원화 시장에서의 실수요를 반영하는 것"이라며 "증시 분위기가 나쁘지 않으나 수급이 매수 쪽으로 쏠린데다 네고 물량도 예년보다 많이 준 게 보인다"고 말했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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