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글로벌 금융위기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팬더믹(대유행)에 따른 움직임은 달랐다. 외채 만기가 연장되지 않고 자본이 빠른 속도로 이탈했던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달리 이번에는 금융권을 중심으로 달러 자금 조달에 성공하는 등 외화 유동성 측면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22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대외채무는 4천589억달러로 전분기보다 188억달러 증가했다.

일반적으로 갚아야 하는 '빚'인 채무가 늘어나면 좋지 않은 징조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야기가 다르다는 게 외환시장 안팎의 평가다. 오히려 코로나19 사태로 달러 수급이 크게 악화했던 가운데 주요 금융권을 중심으로 '그럼에도 달러 조달에 성공했다'는 신호로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의 펀더멘털에 대한 외국인의 시각은 여전히 우호적인 편이다.

지난 3월 말 기준 외국인 상장채권 투자액은 133조3천260억원으로 지속해서 늘고 있다. 올해 들어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주식은 대거 팔았으나 '안전자산'으로서 국채 등을 포트폴리오에 담는 외국인이 많아졌다. 이는 대외채무 증가 요소다.

특히, 최근 대외채무 흐름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과 확연하게 다르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지난 2008년 말 우리나라의 대외채무는 3천141억달러로 4분기 중에만 491억달러가 빠져나갔다. 이른바 '서든 스탑(Sudden Stop)'이다. 당시 이탈한 외화자금 규모는 지금도 깨지 못한 역대 최대 수준이었다. 대외채무 감소는 2009년 1분기까지 이어지면서 3분기 연속으로 외화자금이 이탈했다.

외국인이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대대적인 디레버리징에 나서면서 주요 은행이 차입금을 상환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팀장급 딜러는 "당시엔 재정거래를 하던 유럽계 중심으로 우리나라 등 신흥국에서 자산 회수에 나섰다. 달러를 빌려주는 데가 없어 상환할 수밖에 없었다"고 떠올렸다.

올해 2분기에도 일단 대외채무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지난 3월 19일 한국은행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와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면서 대규모 달러를 국내시장에 풀었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우리나라의 상장채권을 4월에만 9조3천210억원 순매수한 것도 주요 이유로 꼽힌다. 외국인의 국내 상장채권 보유는 140조원을 넘어 역대 최대치다.

최근 대외채무 증가에 대해 정부가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는 이유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전날 거시경제금융 회의에서 "(대외채무 증가는) 코로나19 위기 대응에 따른 불가피한 결과로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평가한 이유다.

물론, 경계해야 할 요소는 있다. 단기외채 비율(단기외채/외화보유액)이 37.1%로 7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금융권 입장에서는 위기 국면에서 장단기를 가리기보다 일단 단기자금이라도 달러 자금을 확보해놓자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이지만, 향후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나 차환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불안 요인인 것을 틀림없기 때문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미 통화스와프 등을 고려할 때 앞으로도 '서든 스탑'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면서도 "단기외채가 큰 폭으로 늘어난 데다 아직 외환시장에서 불안 심리가 상존한다는 점에서 경계를 늦추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외화자금시장에 상당히 안정됐고, 1개월물 스와프 포인트의 경우에는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올라왔다"면서 "일시적으로 영향은 있을 수 있어도 단기 차입자금이 한 번에 빠져나갈 가능성은 매우 작다"고 예상했다.

j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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