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예금금리를 올렸던 저축은행이 최근 예금금리 인하 행렬에 나섰다. 일부 저축은행의 고금리 전략에 예금고객이 생각보다 많이 몰리면서 역마진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SBI저축은행은 최근 예금금리를 기존의 연 2.0%에서 1.9%로 내렸다. 오는 6월부터 주력상품인 입출금예금인 사이다뱅크 금리도 연 2.0%에서 1.7%로 내리기도 했다.

OK저축은행도 OK안심정기예금 등 주요 상품의 예금금리를 0.2%포인트 인하했다. 웰컴저축은행과 유진저축은행도 예금상품 금리를 각각 0.15%포인트와 0.1%포인트씩 내렸다. 특히, 경상북도를 기반으로 하는 대아저축은행은 6개월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0%대로 내리기도 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를 계기로 시중은행들이 예금금리를 바로 내린 것과 달리 저축은행들은 1%대 후반의 예금금리를 2%대로 올리며 금리 수준을 유지해왔다. 시중은행이 금리를 인하할 때 역으로 금리를 올려 예금고객을 확보하려는 차원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출고객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면서, 미리 자금을 확보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저축은행은 금융채 발행을 할 수 없어 고객의 수신만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예대율을 관리해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이 현시점에 예금금리를 내리는 데는 이러한 전략이 나름대로 성공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그동안 예금고객이 생각보다 많이 들어오면서 이제는 역마진과 수익성 악화 등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생겼다는 뜻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출영업 속도보다 예금이 더 빨리 들어오면 비용이 지나치게 많아져 당기순이익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대폭 늘 것이라고 생각했던 대출고객이 생각보다 크게 늘지 않기도 했다. 시중은행에서 코로나19 대출심사가 지연되면서 시중은행에서 거절당한 고객이 저축은행으로 유입되는 시기 또한 뒤로 미뤄졌기 때문이다.

이 저축은행 관계자는 "연초 코로나19 때문에 대출수요가 늘 것이라고 생각해서 금융당국에서도 저축은행에 예대율 규제를 한시적으로 풀어주는 등 대출을 장려했지만, 실적자료를 보면 대출이 크게 늘지 않았다"며 "은행에서 대출받지 못한 금액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는 2분기 이후에나 지켜봐야 할 처지"라고 설명했다.

중·저신용자가 기업은행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저축은행으로 유입되는 대출수요의 건전성이 악화한 점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 현재 기업은행에서는 4~6등급의 중신용자, 소진공에서는 7등급 이하 저신용자에게 소상공인 긴급대출을 시행하고 있다.

저축은행 다른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진 2~3월 이후 영업점에 대출 문의는 늘어났는데 대출 승인은 늘지 않고 있다"며 "저축은행에서 마련된 기준과 심사를 통해 관리하다 보니 실질적으로 대출 증가 폭이 기대만큼 크지 않다"고 말했다.

hrsong@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0시 14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