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정부, 금융당국의 유동성 확대 정책이 가계·기업·정부 등 모든 경제 주체의 부채 급증 현상으로 연결돼 우려를 낳고 있다.

25일 금융시장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극복하기 위해 당장 부채 확대가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는 않지만, 향후 이를 정상화하기 위한 출구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코로나19發 유동성 공급에 부채 급증…가계신용 사상 최대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한 정부의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등 조치에 가계·기업·정부의 부채가 급증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천611조3천억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1분기 이후에도 4월 은행 가계대출은 4조9천억 원 증가한 915조7천억 원을 나타내 증가세를 이어갔다.

기업의 부채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우리나라 상장 기업의 1분기 말 부채비율은 71.16%로, 작년 말의 68.23% 대비 2.93%포인트 상승했다.

또 4월 은행의 기업대출은 27조9천억 원 늘어나 통계편제 이후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기업들의 운전자금 수요가 증가했고, 코로나19 충격에 대비해 유동성을 미리 확보해두려는 움직임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의 대출 증가에는 소상공인 대상 초저금리 대출 등 정부의 지원도 영향을 미쳤다.

정부 부채도 급증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발간한 상반기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반영한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기존 39.8%에서 41.4%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음 달 나오는 3차 추경을 반영하면 이 비율은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SK증권은 30조 원대 3차 추경과 마이너스(-) 경상성장률 등 비관적인 시나리오 하에서 국가채무 비율이 2022년 전후 50%에 달할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 기준금리 인상시 충격 우려…"출구 전략 고민해야"

코로나19가 일으킨 가계·기업·정부의 부채 급증은 향후 기준금리 인상과 유동성 회수 등 정상화 작업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다.

금리를 올리면 위기시 부채를 늘린 경제 주체의 이자 부담은 증가한다. 또 정부는 급증한 부채의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인플레이션 유도를 원할 수도 있다.

지금은 정부와 한은이 완화적인 정책을 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지만, 경기 회복기에는 금리 정상화를 원하는 한은과 저금리가 필요한 정부 사이에 이견이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이후 가계와 기업이 부채를 줄이기 위한 디레버리징(deleveraging)에 나서면서 투자·소비가 위축될 수도 있다.

장재철 KB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정책을 쓰는 것은 좋지만 나중에 정상화로 가는 과정이 얼마나 순조로울지 걱정"이라며 "2013년의 테이퍼 탠트럼에서 봤듯이 양적완화를 축소하는 이슈가 있을 때 시장이 크게 움직인다"고 말했다.

테이퍼 탠트럼은 2013년 벤 버냉키 당시 미 연준 의장이 양적 완화를 종료하기 위해 자산매입 규모를 축소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자 글로벌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신흥국에서는 자본 유출이 일어난 사태를 말한다.

장 이코노미스트는 "정상화 과정에서 경기에 대한 한은의 판단이 상당히 중요하고, 높은 정확성을 요구받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상황에서 금리 정상화의 가장 큰 장애물로는 경제의 뇌관으로 불리는 가계부채가 꼽힌다.

김진일 고려대학교 교수는 "(기준금리의 장애물로서) 가계부채가 대표적"이라며 "이자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아직은 한은이 부채 문제 때문에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못할 상황은 아니라며 "그런 상황으로 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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