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윤교 기자 =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0TT) 넷플릭스가 인터넷망 사용료를 낼 수 없다며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를 상대로 맞소송을 내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가 실제 맞소송에 나설 경우 네트워크 트래픽(망 사용량) 비용을 둘러싸고 국내 통신업계와 글로벌 OTT 간 본격적인 법정 다툼이 현실화하면서 양측 간 갈등이 더욱 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를 상대로 '채무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검토하기 위해 최근 법무법인 세종을 선임했다.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의 망 운용과 증설, 이용 등에 대해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채무부존재)는 소송을 낸 것과 반대로 넷플릭스가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채무존재)는 것을 법적으로 판단받겠다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일종의 중재 역할을 하는 재정신청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지난달 13일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방통위의 재정절차도 모두 중단된 상태다.

다만, 지난 20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넷플릭스 무임승차 방지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안을 통과시켜 넷플릭스의 입지는 줄어든 상태다.

이 법은 국내 콘텐츠 사업자(CP)들과 달리 그동안 인터넷망 사용료를 부담하지 않았던 해외 CP에게도 국내 이용자 보호책임을 부과하는 내용을 새로 담았다.

해외 CP가 국내 인터넷 인프라에 '무임승차'해 책임·비용을 지지 않고 수익만 가져가는 것을 막자는 취지로, 이로써 통신사(ISP)들이 해외 CP에게도 망 이용료를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넷플릭스가 제기한 소송에 대한 답변서를 준비하는 것과 별개로, SK브로드밴드가 맞소송을 통한 강경 대응을 고려하고 있는 것도 이런 상황 변화를 고려한 측면이 있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 법원에 답변서를 제출할 계획이며, 이와 별도로 넷플릭스를 상대로 한 소송 진행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통신업계에서는 해외 CP도 망 사용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단 내용의 법안이 마련된 만큼 넷플릭스가 불리해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법 개정이 '국내외 CP는 ISP에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고 못 박지 않고 '서비스 안정 수단을 확보해야 한다'는 모호한 수준에 그쳤기 때문에 반드시 넷플릭스에 불리한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한편, SK브로드밴드가 맞소송에 나설 경우 '망 사용료'를 둘러싼 법정 다툼은 국내 대형 로펌간 자존심 대결이 될 가능성도 있다.

넷플릭스는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을 SK브로드밴드는 세종을 법률자문사로 선임했다.

김앤장은 지난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 페이스북이 방통위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을 맡아 1심 승소를 끌어낸 바 있다.

세종은 통신·방송 분야를 다루는 IT 전문팀에서 관련 내용을 들여다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망 무임승차 논쟁에 대한 입장차는 오로지 법원의 판단으로만 명확히 규명할 수 있기에 양사가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넷플릭스는 국내에서 망 사용료를 내게 되면 전 세계 각지에서도 압박이 거세질 수 있는 만큼 총공세를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소가 추후 망 사용료 계약과 관련한 연쇄적인 소송의 첫 단추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yg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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