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미국과 중국의 분쟁 심화가 채권시장에 두 개의 다른 경로를 통해 작용하고 있어 시장참가자들의 판단을 어렵게 하고 있다.

미·중 갈등은 일반적으로 안전자산 선호 요인으로 채권시장 강세 재료지만, 양국의 충돌로 달러-원 환율이 상승하면 외국인 자금의 이탈이 나타나면서 채권 약세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26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최근 국고채 금리는 미·중 분쟁의 심화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 등 국내외 강세 요인이 맞물리면서 연일 저점을 경신하고 있다.

전일 국고채 3년 금리는 0.815%로 사상 최저치를 나타냈고, 10년 금리는 1.316%로 작년 8월의 사상 최저점에 더 근접했다.

이 같은 강세는 외국인 자금의 유입세에 힘입은 바가 크다. 지난주까지 외국인은 국채선물 시장에서 9주 연속 순매수세를 나타냈고, 이번주 들어서도 이런 추세는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외국인은 때로 환율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채권시장에서 이탈하는 모습을 나타내기도 해 시장참가자들의 판단에 혼선을 주고 있다.

지난 22일에도 '홍콩 국가보안법'을 둘러싼 중국과 미국의 긴장이 고조되자 달러-원 환율이 6.10원 급등했고, 국채선물 시장에서는 오후들어 외국인이 순매수 규모를 급격히 줄이는 모습이 관찰됐다. 이 여파에 이날 국고채 10년 금리는 0.5bp 상승 마감했다.

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미·중 갈등에 환율이 급등하면서 외국인이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달러-원 환율 상승→외국인 자금 이탈' 이라는 경로를 통해 기존 해석과는 정반대로 채권 시장에 약세 요인으로 작용한 셈이다.

전일 인민은행이 달러-위안을 2008년 2월 이후 최고치인 7.1209위안에 고시하면서 앞으로도 미·중 분쟁의 영향이 채권 강세 요인에서 약세 요인으로 돌변할 가능성이 우려되는 이유다.

위안화와 밀접하게 움직이는 경향이 있는 달러-원 역시 전일 7.2원 상승한 1,244.20원에 마감했다. 4거래일 연속 오름세다.

과거 패턴을 보면 환율과 외국인의 국채선물 순매수는 우리나라의 안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하면서 환율이 급등하는 경우에만 높은 상관성을 나타냈다가 이후에는 다소 무관한 움직임으로 돌아가는 흐름을 나타낸다.

지난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 달러-원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급등하자 외국인도 국채선물 매도세를 나타낸 바 있다.





허태오 삼성선물 연구원은 "단순하게 생각하면 미·중 분쟁이 채권 강세 요인일 수 있다"면서도 "환율 요인 등이 작용하면서 갈등 상황이 한국에 리스크 프리미엄을 요구하게 되는 임계점을 넘어선다면 이를 채권 강세 요인만으로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아직 환율 요인으로 외국인의 이탈이 일어날 상황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우혜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금리는 미국이나 일본, 유럽 등에 비해 월등히 높고, 멕시코·브라질 등 국가보다는 안정적이라 금리 하방 압력이 높다"며 "기준금리도 더 인하할 여력이 있어 채권 투자자 입장에서 한국을 나쁘게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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