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임하람 기자 = 홍콩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국제 금융시장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서울외환시장 참가자들도 관련 뉴스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미·중 환율전쟁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가운데 위안화와 강한 연동성을 보이는 원화도 동반 약세 흐름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관세 영역에서 벗어나 정치적 갈등으로 재차 증폭하면서 금융시장을 요동치게 할 '테일 리스크'로도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26일 서울환시에 따르면 전일 달러-원 환율은 장중 1,240원대로 올랐다. 장중 1,244.30원까지 오르며 두 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중국 지도부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제출하는 등 제정을 추진하면서 미국과의 갈등이 증폭된 가운데 인민은행이 오전 10시 20분께 발표하는 기준환율에서 위안화를 기습적으로 절하 고시했다.

인민은행은 전일 달러-위안 기준환율을 전 거래일 대비 0.0270위안(0.38%) 오른 7.1209위안에 고시했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2월 28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위안화 가치를 고시한 것이다.

미국이 중국이 홍콩보안법을 제정할 경우 대중국 제재를 가할 수 있다며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쪽에서는 '환율 카드'를 꺼냈다는 인식이 힘을 얻으며 위안화에 가파른 약세 압력을 실었다.

역외 달러-위안(CNH) 환율은 7.15위안대로 빠르게 상승했고 달러-원 환율도 이를 그대로 반영했다.

서울환시 참가자들은 위안화와의 연동 강도가 매우 높고 중국과의 경제 연계가 높아 미·중 갈등의 직접적 영향권에 있는 원화는 약세 추세로 다시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A 외국계 은행의 외환딜러는 "중국도 예전처럼 굽히고 들어갈 것 같진 않고 (홍콩보안법 제정을) 강행하면서 (미·중이) 충돌하지 않을까 싶다"며 "달러-원 환율은 중장기 상승 쪽으로 본다"고 말했다.

B 외국계 은행의 외환딜러도 "미·중 갈등이 점점 격화될 것으로 보이고 위안화도 약세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원화도 동반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달러-원 환율의 상단은 전고점 수준으로 열어둬야 한다는 전망도 이어졌다.

B 외국계 은행의 외환딜러는 "월말 네고 물량이 나온다면 어느 정도 속도 조절이 될 수 있지만, 중기적으로 달러-원 환율은 상단을 계속 테스트할 것으로 보인다"며 "1,245~1,250원이 기술적 저항선인데 이 부근이 뚫리면 1,300원대의 전 고점까지는 (상단을) 열어둬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원화를 위안화의 대체 투자 수단으로 이용하는 위안화의 '프락시(proxy)' 통화라는 점도 주목된다.

한 외환시장 전문가는 "중국 정부가 홍콩에서의 채권 발행 등으로 위안화를 타이트하게 관리하고 있다"며 "위안화에 대한 베팅이 어려워질 경우 원화로 대체하는 프락시 투자가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 수준에서 미국과 중국의 환율 전쟁 가능성까지 거론하기에는 다소 이르나 불안 요인"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으로 홍콩 주가지수를 기반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 주가지수 관련 불안도 지적했다.

그는 "홍콩 불안이 심화하면 항셍지수 등 홍콩 지수가 급락할 가능성이 있고 지난 3월 증권사 마진콜 등으로 외환시장이 요동친 것처럼 달러 수요 현상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hr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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