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요동쳤던 금융시장이 다소 진정되면서 금융지주는 신종자본증권을, 은행은 후순위채 형태의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코코본드)을 발행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에 이어 지난 22일 우리금융지주도 이사회에서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신종자본증권) 4천억원을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같은 날 우리은행도 국민은행에 이어 이사회에서 3천억원 규모의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후순위채)을 발행하기로 결론지었다.

일반적으로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는 은행들이 장기 고정금리로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한다.

자본확충 필요성이 짙어진 건 금융지주와 은행 모두 마찬가지다. 최근 은행들은 '제로금리'에 코로나19라는 악재까지 더해지면서 순이자마진이 떨어지는 등 순이익에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 금융지원으로 위험가중자산(RAW)은 빠르게 올랐다.

금리로만 보면 조달 부담이 덜한 후순위채를 발행하는 편이 낫다. 신종자본증권(AA-)은 후순위채(AA0)보다 상환 순서가 더 뒤쪽이라 금리가 3%대로 높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금리부담을 안고 금융지주들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이유는 신종자본증권이 기본자본(Tier1)으로 인정돼 기본자본비율뿐 아니라 이중레버리지 비율 상승에도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후순위채는 BIS비율 산정 때만 보완자본(Tier2)으로 인식돼 회계상으로는 부채로 올라간다.

이중레버리지비율은 자본총계에 대한 자회사 출자총액의 비율이다. 은행과 달리 금융지주사들은 이중레버리지비율을 금융당국 권고치인 130% 이하를 유지해야 한다. 자회사들이 지주사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을 예방해 지주사의 재무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현재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 등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은 금융당국 권고치에 육박한 상황이다.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신한, KB, 하나, 우리금융지주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은 125.60%, 125.80%, 128.56%, 96.25%이다.

여기에 KB금융의 경우 푸르덴셜생명 편입을 고려하면 이 비율이 138%까지 올라간다. 하나금융도 더케이손해보험 인수대금 700억원 납입이 예정돼 있어 이중레버리지비율이 더 상승할 여지가 있다.

한광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규제상 지주는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더 많이 하도록 요구받고 있다"며 "지주가 은행 등 계열사 위에 있기 때문에, 나중에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지주에서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이 먼저 손실을 부담하는 구조를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이후 금융채 금리가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면서, 이때를 신종자본증권 발행 부담을 그나마 줄일 기회로 여기기도 했다. 3월 중순 연 2.031%까지 올랐던 금융채 금리는 현재 연 1.636%까지 떨어진 상태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고정금리로 채권을 발행해 채권발행 리스크를 줄이려는 이유가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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