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한국으로 돌아와 경영에 복귀한 직후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미래 집중 투자사업 분야로 택배·물류 계열사 롯데글로벌로지스를 직접 언급하면서 그룹 내 몸값이 뛰고 있다.

지난달 롯데쇼핑 통합 온라인 플랫폼 '롯데온' 출범을 계기로 오프라인 유통 사업 비중을 물류사업으로 분산시키는 등 롯데글로벌로지스 사업에 힘을 실어주면서 향후 실적 개선은 물론, 기업공개(IPO) 속도도 빨라질 것이란 분석이다.

27일 재계 등에 따르면 신 회장은 지난 19일 주요 임원들과 두 달여 만에 처음 오프라인 주간회의를 진행한 자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몰고 오는 변화에 대비해 사업 전환을 위한 새로운 전략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 자리에서 신 회장은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사업에 투자를 집중해 달라"고 주문하면서 그 예로 계열사 중 유일하게 롯데글로벌로지스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이후 언택트(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물류와 택배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점과 이 같은 유망 사업에 적극 투자할 테니 각 계열사에서도 7월 사장단회의(VCM)시 보고 하라는 게 핵심이었다.

회의 직후인 21일에는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이 충북 진천의 롯데글로벌로지스 택배 메가 허브터미널 건립 현장을 방문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그룹 신사업의 중심이 되길 바란다"며 사업 점검에 나서기도 했다.

메가 허브터미널은 롯데의 새로운 전초기지다.

롯데는 이 곳을 이커머스 사업의 핵심 거점으로 삼고, 유통 부문의 물류망을 강화해 신속한 배송 서비스로 온라인 사업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쿠팡, 신세계의 SSG닷컴 등 경쟁 업체와 비교해 온라인 부문에 대한 투자가 다소 늦었던 롯데가 이커머스 인수합병(M&A) 대신 '롯데온' 출범으로 정면승부를 택한 것도 물류 사업에 대한 자신감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롯데쇼핑이 백화점, 마트, 편의점 등 유통계열사의 전국 최대 유통망을 활용해 주문 후 2시간 이내 상품을 가져다주는 바로배송 등으로 배송서비스 차별화에 나설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롯데글로벌로지스 실적도 날개를 날았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올 1분기 매출이 6천76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0%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5억원에서 58억원으로 4배 가까이 급증했다. 당기순손실도 40억원에서 4억원으로 줄였다.

코로나19로 롯데의 양대 축인 롯데쇼핑과 롯데케미칼이 올 1분기 모두 최악의 실적을 내면서 고꾸라지는 등 대부분 계열사가 부진에 빠진 것과는 대조된다.

작년 롯데로지스틱스를 합병하면서 물류사업 부문이 흑자 전환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택배 사업도 흑자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택배 부문은 적자구조가 만성화되면서 오랫동안 롯데글로벌로지스 실적이 발목을 잡아 왔다.

코로나19 특수로 배달음식 등 온라인·모바일 쇼핑 시장이 점점 확대됨에 따라 택배 시장이 향후 수년간 매년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롯데그룹의 핵심 사업의 축도 옮겨가는 모양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과거 롯데가 쇼핑과 케미컬을 양대 산맥을 성장해 왔다면 이제는 물류, 편의점, 홈쇼핑 등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사업들이 주력으로 부상할 것"이라며 "신 회장이 빠른 변화를 요구하면서 올 하반기 그룹 내 서열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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