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중국 인민은행이 3거래일 연속 위안화 고시환율을 절하한 것은 중국 당국에 위안화 절하를 방어하려는 의지가 거의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현지시간) 전문가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홍콩 국가보안법을 둘러싸고 미국과의 갈등이 고조된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기 둔화 속에 중국은 위안화 고시환율을 12년 만에 최저로 절하시켰다.

26일 인민은행은 달러-위안 고시환율을 7.1293위안으로 제시해 2008년 2월 이후 위안화 가치를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렸다. 3거래일 연속 위안화를 절하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달러-위안 환율은 작년 8월 7위안(포치)을 돌파했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에 중국을 즉각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바 있다.

올해 1월 1단계 무역합의로 달러-위안 환율의 강세가 수그러들었으나 코로나19가 중국을 덮치면서 달러-위안 환율은 7.10위안을 돌파하며 강세를 지속하고 있다.

중국 지도부는 위안화 가치를 상당히 안정적인 수준으로 유지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주 발언에서 "위안화 환율을 순응적이고 균형 잡힌 수준에서 전반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위안화 고시환율을 잇달아 절하한 중국의 행보는 미·중 긴장 고조 속에 중국 당국의 위안화 환율 방어 의지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ING의 아이리스 팡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위안화가 강(强)달러에 대해 하락하고 있다면서 무역과 기술 주도권을 놓고 양국 간 긴장이 더 고조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면적인 무역, 기술 전쟁이 발발하면 연말 달러-위안은 7.3위안까지 오를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7.05위안 부근에서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다이와캐피털마켓츠의 케빈 라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위안화 절하 압박을 받고 있다면서 연말 달러당 7.60위안을 예상했다.

악사 인베스트먼트의 아이단 야오 선임 신흥아시아 이코노미스트는 위안화가 변동성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올해 중국의 성장률은 암울한 시장 전망치를 웃돌지 못할 것이라면서 다만 이것이 위안화를 움직이는 유일한 재료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정학적 요인과 근본적인 경제적 요인 사이의 줄다리기가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위안화 전망을 매우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최근 33개의 중국기업을 거래제한 명단(entity list)에 편입했으며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새로운 수출 제한 조치를 내놓은 바 있다.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을 제정에 나섬에 따라 미국이 중국에 대한 추가 제재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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