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중국 인민은행이 연일 위안화 기준환율을 12년래 최고치(위안화 가치 기준 최저치)로 설정하면서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7일 보도했다.

미·중 대립 격화로 위안화 매도 압력이 강한 가운데 중국이 위안화 약세를 용인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신문은 중국 기업의 달러화 부채가 급증하고 있고 통화 약세가 예상 밖의 자본 유출을 촉발할 위험이 있다며, 안이한 '위안화 약세 카드'는 새로운 혼란을 부르는 재료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민은행은 26일 달러-위안 거래 기준환율을 전장 대비 0.0084위안(0.12%) 오른 7.1293위안에 고시했다. 지난 25일 고시환율을 12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고시한 데 이은 행보로, 시장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위안화 약세·달러 강세 흐름을 용인하는 자세를 보였다. 달러-위안 환율이 오르면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하락한다.

미국 운용사 스트래티지스트는 "중국이 통화 '무기화'를 피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며 "잠시 움직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작년 인민은행은 미·중 무역전쟁이 고조되는 가운데 위안화 약세를 용인하는 자세를 보였다. 미국의 대중 관세 인상은 수출 비용 상승으로 이어지지만, 통화 약세가 진행되면 그 영향을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민은행은 지난 8월 11년 만에 고시 환율을 7위안대로 높였다.

직전 미국 재무부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 '관세 전쟁'이 '통화전쟁'으로 비화할 우려가 커졌다.

이후 올해 1월 미·중 양국이 1단계 무역합의에 이르면서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도 해제됐다.

신문은 중국 정부가 합의를 이행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코로나 위기로 불확실성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중국이 홍콩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추진하면서 미·중 대립이 심해지고 있어 시장은 무역전쟁이 재연될 위험을 무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위안화 약세 카드'가 미국에 한 발자국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보여주는 수단이 될 순 있다면서도, 대규모 자본 유출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매체는 지난 2015년 위안화 대폭 절하가 대규모 자본 유출로 이어졌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JP모건은 "금융 분야라는 새로운 전장에 (미·중) 갈등이 파급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문은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국제통화기금(IMF)이 추산하는 적정 규모를 밑돌고 있다며, 수출과 단기채무 규모 측면에서 볼 때 지지대라고 볼 수 없다고 평가했다.

이미 지난 3~4월 자본 유출이 약 6조엔(약 69조원)에 달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가운데, 위안화 절하 카드를 안이하게 쓰면 자금 유출을 부를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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