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한국은행이 인플레이션 수준이 낮을수록 기업들의 가격조정폭이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27일 발표한 조사통계월보 5월호에서 "저인플레이션 상황일수록 기업이 비용상승 등 가격인상 요인을 가격에 곧바로 반영하지 않고 미루다가 가격조정 시에 큰 폭으로 조정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인플레이션율이 높을수록 가격 조정 유인이 커지고 자주 가격을 조정하게 되는 반면 인플레이션율이 낮은 수준일 경우 기업이 가격 인상을 지연시킨 후 한 번에 큰 폭으로 가격을 높이게 된다는 의미다.

한은 조사국이 2014년 1월부터 2019년 9월까지 150개 상품의 주간가격자료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가격조정빈도는 2015년 이후 점차 감소했고 2019년 들어 감소폭이 더욱 커졌다. 조정빈도를 인상·인하 빈도로 구분할 경우 두 빈도가 유사한 수준을 보여 가격 인상뿐만 아니라 일시적 할인 등 가격 인하 조정도 빈번히 나타났다.







가격이 변동한 상품의 직전 가격대비 평균 가격 인상률과 인하율은 확대되는 추이를 보여 기업들이 최근에 과거보다 큰 폭으로 가격을 조정하는 점을 시사해 저인플레이션 상황에 더 가까워졌다.

가격 변동폭은 커졌으나, 2017년 이후부턴 가격 조정 빈도가 상품 가격 상승률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

이지원 물가연구팀 과장은 "2017년 이후 조정빈도 기여도와 상품가격 상승률의 상관계수가 이전 기간 0.40에 비해 0.79로 크게 높아져 조정폭의 상관계수보다 높았다"며 "이는 2017년을 전후로 조정 빈도의 변화가 조정폭에 비해 전체 상품가격 상승률의 움직임과 더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한은 측은 "물가상황이 기업의 가격조정행태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경기상황 변화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드는 등 경기와 물가 간 관계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을 미시적으로 뒷받침하는 사례"라며 "최근의 저인플레이션 국면에서 가격 경직성 상승은 경기상황 변화가 물가에 반영되는 정도가 약화되고 있음을 의미해 소위 '필립스곡선(Phillips Curve)' 평탄화 현상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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