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로 구성된 3자 주주연합이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한진칼에 대한 견제에 또다시 나섰다.

2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3자 주주연합은 한진칼에 대한항공 유상증자 참여를 위한 자금 조달을 위해 유상증자를 실시할 경우 '제3자 배정'이 아닌 '주주배정' 방식으로 진행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지난 22일 보냈다.

한진칼이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해 대한항공의 자본확충에 나서는 것을 반대한다는 점을 또다시 명확히 한 것이다.

주주배정이 아닌 제3자 배정 방식을 활용할 경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 우호 세력이 한진칼 신주를 받아갈 경우 기존 경영권 분쟁 구도에 '변수'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낸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대한항공이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하자, 최대주주인 한진칼은 3천억원 규모로 유상증자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한진칼의 자금 사정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올해 3월 말 기준 한진칼의 별도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 규모는 248억원에 불과하다.

968억원 규모의 단기금융상품을 고려하더라도 대한항공의 유상증자를 위해 투입해야 할 규모에는 미치지 못한다.

이에 한진칼은 지난 25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금융기관에서 1천억원 규모의 단기차입을 결정했다.

금융기관에서 1천억원을 차입하더라도 보유 현금 규모 등을 고려하면 한진칼은 추가 자금 조달이 필요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 유상증자 참여 규모를 감안하면 추가로 자금을 조달하는 게 불가피하다"며 "회사채 발행 등이 쉽지 않아 자금 확보 여건은 좋은 편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진칼이 유상증자 옵션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원태 회장 입장에서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우호 지분과 대한항공 유상증자 자금을 한꺼번에 확보하는 것이 최선의 시나리오다.

특히, 전날 반도건설이 한진칼 지분을 2%(122만주) 정도 추가로 매입하면서 양측 간 경영권을 둘러싼 싸움은 다시 점화하고 있다.

반도건설이 추가로 지분을 늘리면서 3자 주주연합이 보유한 지분율은 45%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확대됐다.

반면, 카카오 등 우호지분을 일부 잃은 조원태 회장 측의 지분율은 41.15%에 불과해 경영권 싸움에서 불리한 상황에 놓였다.

특히, 3자 주주연합은 반도건설의 의결권 제한 효력이 풀리는 7월 말 이후에 임시 주주총회를 요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칼이 유상증자 카드를 꺼내들더라도 주주배정이 아닌 제3자 배정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도 이러한 지분율 구도 때문이다.

물론 조원태 회장 측도 현재와 같이 경영권 분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섣불리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하기는 쉽지 않다.

3자 주주연합의 공세를 더욱 키울 수 있는 데다 우군으로 뛰어들 기업이나 투자자를 확보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작업이기 때문이다.

국내 대형 로펌의 한 관계자는 "경영상 필요성이 인정돼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하더라도 경영권 분쟁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주주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논란의 소지가 생길 수 있다"며 "이 경우 3자 주주연합 측에서도 신주발행금지가처분 등을 통해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다른 로펌의 관계자는 "보통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내세워 제3자 배정 증자를 단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3자 주주연합 또한 이러한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기 위해 주주배정 증자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선제적으로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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