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다음 달 열리는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일본 정부가 이달 말 종료 예정이던 외국인 입·출국 금지 조치를 연장했기 때문이다.

28일 재계 등에 따르면 신 회장은 다음 달 말로 예정된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 참석차 계획하고 있던 일본 출장을 잠정 보류했다.

신 회장은 한 달 간 국내 경영 현안을 챙긴 뒤 다시 일본 출장길에 오를 계획이었으나 일본 정부 조치가 변수로 작용하면서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당초 신 회장은 일본 정부가 한국 입국자에게 2주간 격리하는 것을 고려해 내달 중순께 일본으로 출국할 예정이었다.

롯데 관계자는 "그동안 주주로서 매번 주총에 참석해 왔지만, 이번에는 일본 상황을 감안해 결정해야 할 것"이라며 "일본 정부의 결정이 달라질 수 있어 출장 여부는 다음 달 초에나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에 불참할 경우 국정 농단 관련 혐의 등으로 수감 생활한 2018년 이후 3년 만이다.

신 회장은 현재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을 4% 보유한 개인 최대 주주다.

신 회장은 종업원지주회, 관계사, 임원지주회사 등의 지지를 받아 지난 4월 일본 롯데홀딩스의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됐다.

롯데홀딩스 회장 취임 이후 첫 주주총회라는 점, 친형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신 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 해임 건을 제출해 경영권 분쟁이 촉발된 상황에서 안정적 지지기반 확보에 나설 기회라는 점에서 이번 출장이 갖는 의미는 남달랐다.

일본은 지난 3월부터 주요 국가의 비자 효력 정지를 이어가며 사실상 외국인 입국을 금지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한·중 기업인 신속 통로 제도를 통해 중국을 방문하고 자가격리도 면제됐던 것과 달리, 일본은 이러한 기업인에 대한 조치가 없다.

일본 정부는 당초 이달 말 한국 등 외국인이 90일 이내에 일본에 비자 없이 머물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무비자 입국 제도의 효력 정지를 내달 말까지로 연장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외국인의 출·입국 문제는 부분적·단계적으로 재개할 수 있을지 신중한 검토 후에 적절한 시점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향후 일본 내 감염 확산이 눈에 띄게 감소할 경우 입국 제한 조치가 완화될 수 있지만, 다음 달 중으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신 회장이 일본 출장길에 오르게 된다 하더라도 언제 복귀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신 회장은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49재를 지낸 직후인 3월 7일 일본 롯데홀딩스 회장으로 취임하기 위해 일본으로 출국했다가 코로나19 확산으로 한·일 양국이 입국 제한 조치를 개시하면서 발이 묶여다 두 달여만인 이달 초 귀국한 바 있다.

출장 이후에는 또 다시 2주간 자가격리도 해야 한다.

신 회장은 재택근무, 화상회의 등을 통해 지속해서 경영 현안을 챙긴다는 입장이지만, 국내 경영 공백이 불가피하다.

같은 이유로 신 전 부회장도 일본 출장이 불투명해졌다.

신 전 부회장은 이번 주주총회에서 신 회장의 해임 안건을 꺼내든 상태다.

신 전 부회장은 과거 다섯차례 신동주 회장이 신동빈 회장의 해임안을 제안했지만 표 대결에서 모두 졌다. 이번 주주총회에서 신 회장 이사 해임 안건이 또 다시 부결될 경우 일본회사법 854조에 따라 법원에 해임 요구 소송을 제기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주총회에 불참하더라도 위임 등의 방법으로 참여 가능하기 때문에 해임안 통과 등 결과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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