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 상당부분 예상됐던 결과다.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쏟아진 데다 문재인 대통령마저 나서서 전시에 준하는 경제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사실 중앙은행의 태생은 전쟁이나 각종 금융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스웨덴 중앙은행인 '리크스방크(Riksbank)'와 더불어 근대적 중앙은행의 시초로 불리는 영국 중앙은행인 '뱅크 오브 잉글랜드(BOEㆍ영란은행)도 전쟁에서 재정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차원에서 고안된 기관이었다. 당시 영국은 잇단 내전과 프랑스와의 전쟁으로 왕실재정이 고갈되자 120만파운드의 기금을 조성한 이후 영란은행에 발권 권한을 허가했다. 이후 제도 정비를 통해 현재의 중앙은행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금융통화위원회가 28일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인하함에 따라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연 0.50%로 낮아지게 됐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지난해 7월 1.75%에서 내리막을 지속해 1.25%포인트 인하되면서 또다시 가보지 못한 길을 가게 됐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의 효과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문제는 금리 인하 자체가 경기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금리 인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으로 촉발된 투자 부진을 막기에는 큰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우세하다. 즉 현재 기업과 소비자들이 투자하지 않고 소비하지 않는 게 금리가 높아서가 아니라는 뜻이다.

일부에선 경기가 꼬꾸라지는 상황에서 당장 무엇인가를 내놓아야 한다는 통화정책 결정자들의 조바심이 기준금리 인하를 선택하도록 만들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결국, 이번 기준금리 인하는 실질적인 정책효과를 기대하기 위한 조치라기보다는 경기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앞으로 한은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인 기준금리 인하 카드가 사실상 소진됐다는 점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한은이 먼저 손들고 현재 금리 수준에서는 추가적인 금리 인하 여력이 없다고 자백하진 않겠지만, 금융시장에서는 원화가 기축통화가 아니라는 점에서 현재 선진국의 기준금리 수준을 고려할 때 한은 기준금리 실효 하한을 연 0.50% 안팎으로 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를 필두로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마이너스 기준금리 정책을 펴지 않는다면 한은 기준금리 인하도 올 만큼 왔다는 의미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가 코로나19로 촉발된 경기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대규모 재정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재정당국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도 미지수다. 당장은 저금리가 국채를 통한 조달 비용을 낮춰주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그러나 1차와 2차 추가경정예산에 활용될 국채 발행에 이어 조만간 가시화될 3차 추경에서도 대규모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 기획재정부는 1차 추경 11조7천억원, 2차 추경 12조2천억원을 각각 편성했다. 3차 추경 규모는 30조원 전후에서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채 발행물량이 쏟아질 때 수요를 유인할 대책이 필요하다. 재정당국와 통화당국의 '폴리시믹스(policy-mix)' 차원에서도 서둘러 금리 인하 카드를 소진하기보다는 채권 수요를 자극하는 금리 카드를 조금 더 아껴뒀다가 꺼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정책금융부장 황병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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