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민재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올 2분기부터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관측되면서 기업들이 현금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에 더해 신용등급 조정 등 불확실성까지 커지면서 높은 이자를 부담하더라도 한 번 조달할 때 최대한 많은 자금을 확보해두려는 모습이다.

29일 금융투자시장에 따르면 이달 회사채 발행을 위해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22개 기업(일반ㆍ신용등급 'AA+~BBB-') 가운데 절반가량은 회사채를 선발행하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모집한 자금을 짧게는 4개월, 길게는 내년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 차환에 사용할 계획이다.

현재 1천700억원 자금 조달을 위해 회사채시장을 찾은 GS에너지는 오는 10월과 내년 2월 만기물 차환을 염두에 뒀다.

최근 3천200억원 회사채를 찍은 현대트랜시스도 오는 9월과 10월, 내년 2월 만기 물량에 대응할 예정이다.

이번 주 각 3천억원씩 회사채를 발행한 호텔롯데와 SK루브리컨츠도 6개월 앞서 차환용 자금 조달을 마쳤다.

최근 회사채를 찍은 삼천리와 한화건설, 내달 회사채 발행을 목표로 준비 작업에 들어간 현대엘리베이터와 KCC도 오는 9월에 맞을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등 만기물 차환에 나선다.

지난달에도 한화솔루션과 CJ대한통운, SK에너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자동차 등이 짧게는 5개월, 길게는 8개월 앞서 회사채와 외화차입 등 만기물에 대응할 자금을 미리 조달했다.

기업들은 연초부터 코로나19와 국제유가 하락 등 여파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대대적인 현금 비축에 나섰다.

최근엔 코로나19 영향이 점차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기업들의 자금 조달 속도가 더욱 빨라지는 모습이다.

다소 금리가 높더라도 발행액을 늘려 가능한 한 최대한 많은 자금을 조달하자는 분위기도 만들어졌다.

최근 두 달 새 기아자동차와 SK에너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호텔신라, 롯데쇼핑, 호텔롯데, SKC 등이 초과수요를 확보했음에도 추가청약 등을 통해 최대 +70bp에 이르는 희망금리밴드 상단까지 가산금리를 부담하며 증액했다

신용평가사들이 불리해진 업황과 실적을 기업들의 신용등급과 등급전망에 반영하고 있다는 점도 기업들의 현금 확보를 부추기고 있다.

실제로 신용등급이 우량한 수준이어도 신용등급 강등 리스크가 있으면 충분한 투자금을 확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달 수요예측을 한 현대건설기계('A-')는 1천500억원 회사채 모집에 50억원 주문에 그쳤고, 한화건설('A-')은 1천억원 모집에 투자금이 들어오지 않았다.

지난달 수요예측을 한 한화솔루션은 신용등급 'AA-'에도 2천100억원 모집에 유효수요 800억원에 그쳤고, 이달 KCC('AA-')는 1천500억원 모집에 600억원의 미매각이 발생했다.

증권사의 한 크레디트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로 2분기 실적이 가장 안 좋을 것이기 때문에 조기 차환 수요가 있을 수 있다"며 "신용등급 리스크 있는 곳들은 투자자들이 아예 들어가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할 수 있을 때 최대한 현금을 쌓아놓으려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m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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