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대규모 초과 지준이 통화팽창 막아

2008년 때와 달라…경기회복 때 폭발적 통화 팽창 위험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무제한으로 유동성을 풀겠다고 선언하면서 인플레이션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28일(현지시간) 필 그램 전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 위원장과 마이크 솔론 미 정책 메트릭스 파트너는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칼럼에서 2008년 때와 달리 이번엔 연준의 대규모 유동성 투입이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준은 2008년부터 2014년까지 국채와 민간 채권 3조7천억달러어치를 사들였다. 대규모 채권 매입 프로그램에도 시중에 통화량은 폭증하지 않았고, 예상과 달리 인플레이션은 없었다.

그램 전 위원장과 솔론 파트너는 이 때문에 새로운 환상, 즉 부작용 없이 무제한으로 돈을 풀어도 된다는 현대통화이론(MMT)이 부상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들은 연준의 대규모 자산 매입이 통화 공급량을 늘리지 않고 인플레이션 압력을 야기하지 않은 것은 사람들이 여전히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새로운 정책을 연준이 시행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2008년 의회는 처음으로 연준에 초과지준에 이자를 부여하는 권한을 부여해 지준이 투자로 이어지도록 독려했다. 덕분에 연준은 은행에서 대규모의 자금을 차입할 수 있었다.

연준의 자산 매입은 은행이나 민간 투자자가 직접 증권을 매입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즉, 이러한 매입이 발생할 때 통화 공급량은 연간 7% 미만으로 늘어났고 은행 대출도 비슷한 수준으로 증가했다. 이 때문에 통화 완화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고, 인플레이션 압력도 없었다는 것이다.

은행들은 요구불예금이나 상업 대출보다 훨씬 더 많은 초과지준을 보유하게 됐고, 2010년 시행된 도드 프랭크법에서 규정한 자본요건 등으로 이러한 초과지준이 허용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10년간 연준은 은행들이 대규모 초과지준을 보유하도록 유도해 엄청난 채권 매입에도 통화공급의 폭발적 성장을 막았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코로나로 경제 성장세가 크게 위축됐으며 연준은 3월 이후 2조9천억달러 규모의 추가 유동성을 공급했다. 연준은 재무부 보증을 통해 초저금리로 4조달러를 직접 공급할 대출 창구도 마련해뒀다.

이러한 상황에서 초과지준금리는 크게 낮아졌고, 도드 프랭크법에서 부여한 자본요건도 많이 완화됐다.

이들은 오바마 시대 때와 달리 은행들이 대규모로 보유한 초과지준을 외부로 대출해줄 유인이 커졌다고 주장했다.

물론 코로나로 신규 투자가 줄어 은행들의 대출이 크게 늘지 않을 수 있지만, 이들은 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하면 자본이 크게 쪼그라든 기업들은 앞다퉈 신용을 발생시키고, 은행들은 대출을 확대할 유인이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움직임이 통화공급량을 늘리고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오바마 시대 때는 연준이 자산 매입의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은행에서 돈을 빌려 통화 팽창은 일어나지 않아 MMT는 전혀 검증될 기회를 갖지 못했지만, 지금은 연준이 민간 기업에 공급할 4조달러의 유동성을 상쇄할 장치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지난 두 달간 연준의 통화공급량은 연율로 102%로 늘어났으며 은행시스템에 유입된 초과 지준은 두배로 늘어난 상태다.

이들은 연준이 민간대출을 막고 통화공급의 폭발을 차단할 도구가 있다며 초과지준에 금리를 인상하고 도드 프랭크법에서 규정한 자본요건을 다시 되돌리는 방법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대규모 부양책이 시행되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은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게다가 민간 기업에 대한 연준의 대출이 영구화할 가능성마저 있다.

이들은 연준이 올해 말로 기업에 대한 대출을 종료시킬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며 연준이 부작용 없이 무제한으로 신용을 공급할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올랐다고 주장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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