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최욱 최진우 기자 =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가 8개월 만에 다시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유가가 급락하면서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에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수요측면에서도 하방압력을 부추겼다. 한두차례의 마이너스 물가로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을 예단하긴 어렵지만, 디플레이션의 그림자도 서서히 짙어가는 모양새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04.71(2015년 100 기준)로 1년 전보다 0.3% 하락했다.
 

 

 

 

 

 

 


가장 큰 이유는 유가 급락이다. 3월 두바이유는 전달보다 53.71% 떨어졌다. 4월에도 -29.02%로 하락세가 이어졌다.

국제유가가 보통 2~3주 시차를 두고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다는 점을 고려하면 5월 소비자물가 급락은 예견된 일이었다. 실제로 석유류 기여도는 모든 품목 가운데 낙폭이 -0.82%포인트로 가장 컸다.

여기에 정부의 정책도 영향을 미쳤다.

기존 고등학교 3학년에 혜택을 주던 무상 납입금이 지난 4월부터 2학년까지 확대됐다. 공공서비스를 구성하는 고교 납입금 하락 폭이 66.2%에 달하는 이유다.

앞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코로나19로 고등학교 1학년의 납입금까지 무상으로 하는 방안을 추진함에 따라 소비자물가 하방 압력을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수요위축도 일정 부분 기여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라 개인 서비스를 구성하는 항목 가운데 일부는 상승이 둔화했다. 보통 2.0%를 기록하던 외식 물가의 상승 폭은 이 기간 0.6%에 불과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거시경제금융 회의에서 "코로나19로 글로벌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해 예비적 저축수요가 증가한 것도 주요국의 물가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씀씀이'를 자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디플레이션 가능성까지 거론한다.

계절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따른 물가 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하는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가 0.1% 상승에 그쳤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이 숫자는 지난 외환위기 시절인 1999년 12월(0.1%)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4월에 이어 낮은 수준을 2개월 연속 이어가는 것이다. 서비스물가의 상승 폭도 0.1%로 역시 1999년 12월 이후 최저였다.

 

 

 

 

 

 

 

 





전반적인 민간소비도 둔화하는 게 확연하게 드러났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1분기 국민소득(잠정)'을 보면 지난 분기 민간소비는 6.5% 감소했다. 지난 1998년 1분기(-13.8%) 이후 22년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종합적 물가지수인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도 0.6% 줄었다.

조금 더 기간을 확대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연간으로 2018년 1.5%에서 2019년 0.4%로 급락했다. 최근 추세라면 올해는 지난해보다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오재영 KB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2분기부터 내년 1분기까지 마이너스 물가를 기록할 것"이라며 "마이너스 물가가 1년 정도가 지속하면 디플레이션이라고 하는데, (전망대로 되면) 디플레이션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수요와 공급 모두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장민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서비스가격이 많이 내려왔다는 점에서 디플레이션 압력이 계속 커지고 있다"며 "최근 정부가 3차 추가경정예산도 발표했지만, 정책적인 노력을 지속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국제유가에 따른 것이어서 단기 숫자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면서도 "단기가 아니라 전반적으로 추세가 낮아지는 건 걱정해야 한다"고 했다.

정 실장은 그러면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은 한계가 있고 정부가 소비 진작에 나서야 한다"고 부연했다.

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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